|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1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관심을 끄는 것은 금리동결보다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은 데 있다. FRB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애용했던 ‘추가 긴축(additional firming)’ 문구를 거둬들이고 대신 중립적인 뉘앙스가 강하게 풍기는 ‘향후 정책조정(future police adjustments)’이라는 표현을 삽입해 사실상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종료됐음을 선언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통화정책의 최우선 과제라고 금융시장에 다시 한번 주지시킨 점과 FOMC에서 만장일치로 금리동결을 결정한 점을 감안하면 FRB가 단기간에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월가(街) 전문가들은 주택경기 침체에 시달리는 미국 경제의 성장속도가 금융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가파르게 둔화되고 이에 따라 물가압력도 완화될 경우 FRB가 이르면 오는 6월 이후에는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긴축기조 사실상 종료=FRB는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종료를 선언하기에는 물가압력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발표문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다’며 다소 자신감을 피력했지만 이날 성명서에서는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가 다소 높아졌다’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FRB가 금융시장에 더욱 부각시키고 있는 것은 경기위축에 대한 우려다. 물가전망은 다소 탄력적으로 바뀌고 있지만 경기전망은 성명서가 발표될 때마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주택시장 조정은 ‘현재 진행형’임을 고백했다. 이는 FRB 내부에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매파’가 그 동안 다수파를 형성했지만 서서히 ‘경기둔화’에 주목하는 ‘비둘기파’가 힘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FRB가 이번 성명서에서 금리인상과 동의어인 ‘추가적인 정책 다지기’ 문구를 아예 빼버린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은 다소 남아 있지만 급한 것은 경기침체 차단이라는 인식 아래 긴축기조를 사실상 포기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경기둔화 우려 증폭=FRB가 인플레이션 차단이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한 것은 원론적인 문구일 뿐 실제 가장 염려하고 있는 대목은 경기둔화라는 지적이다. 물가상승률이 FRB가 안전지대로 간주하는 1~2%를 벗어나 2.7%를 나타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FRB는 성명서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인플레이션 압력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문제는 경기둔화다. 1월 발표문에서는 최근 경제지표가 ‘다소 견고하다’고 진단했지만 이날 성명서에서는 ‘혼조양상’으로 표현을 바꿨다. 또 ‘일부 안정신호’가 보인다고 했던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을 간접적으로 반영했다. 완만한 경제성장을 강조했던 FRB의 경기전망 톤이 크게 약화된 것은 분명하다. ◇단기간 내 금리인하 가능성 낮아=FRB는 ‘경기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모두 천칭 위에 올려놓고 저울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를 시간을 두고 관찰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둔화가 현실화되고 있고 추가조정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단위노동비용 증가 등 물가압력도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금리인하 카드를 뺄 가능성은 낮다. 이번 성명서를 통해 일단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은 만큼 경기가 추가로 둔화되고 물가압력도 줄어든다면 6월 이후에는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은 FRB가 6월2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44% 반영했다. 이는 전일의 26%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이날 로버트 맥티어 전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경제채널인 CNBC에 출연해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 FRB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섣부른 금리인하 전망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