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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동갑내기 피아니스트 윤디와 랑랑이 한 달 간격으로 방한해 연주회를 갖는다. 두 사람 모두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의 곡으로 무대를 꾸민다는 공통점이 있다.
1982년생으로 우리나이로 31살인 두 사람은 수려한 외모로 연주회마다 여성팬을 몰고 다니는 공통점이 있지만 상반된 연주 스타일로 상호 비교 대상이 돼왔던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2008년 베일에 쌓인 불화설로 힘들어하기도 했다.
먼저 윤디가 무대에 선다. 31일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여는 윤디는 2000년 18세의 나이로 제14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이자 중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5년마다 개최되는 제12회와 13회의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공백을 깨고 15년만에 우승자를 배출했기 때문에 그의 수상은 더 의미가 각별했다.
그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베토벤의 3대 피아노 소나타로 꼽히는 '비창''월광''열정'소나타를 연주한다. 쇼팽 음악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연주자이고, 쇼팽 작품에 많은 애정과 자신감을 보여 왔던 피아니스트 윤디의 베토벤 해석이라는 점에서 이번 공연은 각별하다. 모두 베토벤이 역경을 경험하고 극복해낸 시기에 작곡된 곡들이다.
윤디는 이와 관련 "서른 살을 맞은 뒤 음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의 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고전주의 피아노 곡의 상징이자 낭만주의의 문을 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하루 4시간의 연습을 고수하는 노력파 피아니스트의 말이다. 그는 현재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음반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달 격차를 두고 방한하는 랑랑은 11월 28일 예술의전당에서 수원시립교향악단(지휘 김대진)과 협연한다. 랑랑은 3세 때 피아노를 시작해 5세 때 데뷔 무대를 가졌고 베를린과 빈 필하모닉, 미국의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최초의 중국인 피아니스트로 기록돼 있다. 또 현재 가장 몸값이 비싼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명연주자다. 그는 이번에 피아노협주곡으로 한국을 찾는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 그가 들려줄 곡목이다. 두 곡 모두 피아니스트의 역량을 다각도에서 평가하는데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랑랑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베토벤은 내 음악 영웅이며, 베토벤에게 음악은 먹고 사는 문제였고 곧 야망이었다"고 한적이 있다. 화려한 기교와 아름다운 음색 등 천부적인 음악성을 갖췄지만 진지함은 부족하다는 평을 들어왔던 랑랑이 내놓은 베토벤 평(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했던 말이다. 이번 공연에서 그가 보여줄 진지한 변화가 기대된다는 클래식 애호가들의 평이 나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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