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여력 충분하고 펀드환매 주춤
기관 자금 다시 증시 유입 가능성 글로벌 경쟁력·수익성 등 감안땐
국내기업 주가 수준 여전히 낮아 올해 가장 큰 위협은 인플레이션
금리 변수등 리스크 관리 신경을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수익성이 몰라보게 달라지면서 올해는 연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국내증시의 투자 비중을 높이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유상호(51ㆍ사진)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매수여력이 충분하고 펀드 환매도 주춤해지고 있다"며 "올해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증시로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 사장은 또 "국내 기업의 실적 대비 주가수준은 여전히 낮은 상태"라며 "외국인들이 여전히 한국시장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올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협은 인플레이션"이라며 "금리인상과 긴축 가능성 등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해 2,100포인트에 육박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자 향후 증시 방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상승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서울 여의도 한투 본사에서 유 사장을 만나 증시전망과 투자전략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먼저 유 사장이 현재 증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봤다. 시장 일각에서는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과열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 증시가 결코 과열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유 사장은 "지난 2007년 상장기업 이익이 50조원이었을 때 증시가 2,000포인트까지 갔던 것은 분명히 거품"이라며 "하지만 지난해 기업들이 100조원에 육박하는 이익을 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00선 돌파는 충분히 이해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2,000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까지 추월한 증시가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를 되물었다. 이에 대해 그는 일단 올해 증시가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사장은 "올해는 국내 기관이 증시로 유턴하는 흐름이 기대된다"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매수여력이 충분하고 펀드 환매도 주춤해지면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기업들의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펀더멘털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고 글로벌 환경도 비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기관들도 주식투자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순매수를 기록했던 외국인들은 국내증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유 사장은 "현재 주가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과 비교할 때 여전히 저평가돼 있는 수준"이라며 "외국인도 여전히 한국시장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이 유동성을 회수하면 외국인도 무대에서 퇴장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국내 기관들이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투는 공식적으로 올해 코스피지수가 2,25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업계 평균이 2,400~2,500인 것과 비교하면 다소 보수적인 수준이다. 이에 대해 유 사장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될 경우 금리인상 등 긴축 가능성도 감안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올해 국내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복병으로 인플레이션과 환율을 꼽았다. 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금리를 인상하면 시장에 유동성 환수 효과가 나타날 것이고 원ㆍ달러 환율도 지난해만큼 수출에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해외로 주제를 돌려봤다. 유 사장은 지난해 12월 베트남 현지 증권사 EPS를 인수했다. 하지만 이후 베트남 국영기업 비나신이 디폴트를 선언하는 등 베트남 경제사정은 오히려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유 사장은 "(베트남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나신 지급불능 사태의 경우) 베트남이 아직 정책적으로 미비하다 보니 사전대응에 잘 나서지 못한 탓"이라며 "경제성장이 주가에 반영되는 데까지 시간이 더 흘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베트남은 지난해 중국ㆍ인도에 이어 세 번째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을 만큼 성장세가 뚜렷하지만 이것이 선진국처럼 실시간으로 기업이익과 주가까지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가 그랬듯 경제성장은 계단식으로 주가에 반영될 것이고 베트남 정부가 물꼬까지 터준다면 투자인구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지난해 말 이슬람채권(수쿠크) 발행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투는 법 통과 전부터 수쿠크 발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유 사장은 "수쿠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새로운 자금조달원을 마련한다는 의미가 크다"며 "전세계적으로 해외투자 여력이 있는 것은 중국과 일본ㆍ이슬람 등 세 그룹인데 이 중에서도 이슬람권 오일머니는 장기자금을 안정적으로 빌릴 수 있는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해외진출에 대한 새로운 계획은 없을까. 유 사장은 "올해 일정상 새로운 거점을 개척할 계획은 없지만 인도네시아를 다음 타깃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지난해 인도네시아 주가가 많이 올라 (현지법인의) 라이선스 프리미엄도 많이 올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새해 증권업계 화두로 화제를 옮겨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는 랩어카운트 시장에 대해 유 사장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주식형 펀드가 시장을 사는 콘셉트라면 랩은 특정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서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것"이라며 "특히 진짜 랩이라고 할 수 있는 자문형랩 시장은 6조~7조원으로 아직 주식형 펀드보다 작지만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특정 종목에만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높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그래서 판매금액에도 한계를 둬야 하고 한도 내에서 판매한 뒤에도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해주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A와 B증권사에 C자문사가 같은 포트폴리오를 주더라도 결과적으로 AㆍB가 투자비중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만큼 올해는 증권사의 경쟁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라며 "소수종목에 투자하는 랩만 몰고 갈 것이 아니라 상품 다양화, 자문사 다양화를 통해 그 자체로 포트폴리오를 형성하고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퇴직연금이 본격 도입되는 해로 증권업계를 포함한 금융업계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 사장은 "퇴직연금 시장은 투자비용 많이 들면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골치 아픈 비즈니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은행이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데다 계열사의 퇴직연금을 계열 금융사가 유치하는 구조이다 보니 영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연금은 단순히 계열사에 맡기는 돈이 아니라 근로자의 노후대비를 위해 수익률 관리가 중요한 돈"이라며 "누가 높은 수익률을 내줄 능력이 있는가를 보고 선택하면 증권사에 기회가 더 있을 텐데 현재로는 투자자들이 이런 부분을 소홀히 보고 있는 것 같아 좀 아쉽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올해 개인투자자의 재테크를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유 사장은 "우선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한다"며 "랩이든 뭐든 한가지 금융자산에 집중하는 쏠림 현상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시장상황에 따라 역동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줄 수 있는 금융기관을 잘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며 "상품 가운데서는 원자재펀드 등 인플레이션 방어적인 상품,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을 관심 깊게 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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