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국속에 바퀴벌레가 나왔는데요. 설렁탕이라 버리기 아깝네요. 건지고 다시 끓여서 그냥 먹어도 될까요? 죽지는 않겠죠?”
답변) 다시 한번 팔팔 끓이신다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바퀴벌레 몸에 붙어있던 세균을 제거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죠) 그리고 이 사실을 가족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으면 됩니다. .,
◇이 글은 해충방제 회사로 유명한 세스코 모바일 게시판 담당자가 어느 고객문의에 재치 있게 답변한 내용이다. 세스코는 홈페이지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2000년 초부터 게시판을 통한 소통으로 각광을 받았고, 당시 웹기반 소통의 전형적인 모델이었다. 이 회사는 이러한 진솔하고 위트 있는 고객소통 문화로 아시아 최대의 해충방제 분야 히든 챔피언이 될 수 있었다. 지금도 웹사이트 게시판과 카카오톡, 모바일 등을 접목하여 고객과 상시 소통하면서 자사의 경쟁력과 함께 고객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 저변에는 해충관련 연구소 직원들의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매달 수십건의 고객문의와 수천명의 조회수를 자랑하는 게시판 소통의 중심에는 해충관련 박식한 연구원들의 순발력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태생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기업과 기관은 고객과의 소통 소재를 차별화 할 수 있지만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가 부족한 기업(관)으로서는 일상의 안부 인사 또는 제품의 특장점을 일방적으로 알리는 수준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특히 전문성을 요구하는 제품과 정책에 대한 고객과의 소통은 깊이가 있으면서 쉽게 풀어주는 소통의 기술이 접목돼야 한다. 이를 극복하고 소비자와 통하는 활동을 위해 전문성을 겸비한 내부직원의 소통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외부의 조력도 일시적으로 필요하지만 SNS는 내부 소통전문가를 발굴, 함께 참여함이 묘미다.
◇한국지엠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지엠 톡블로그(사진 위)는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블로그 운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 연구소, 디자인센터, 생산, 영업 등 각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30여명의 직원들이 주요 필진으로 참여하여 직접 주제를 정하고 자유롭게 포스팅을 하도록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은 자동차·사진·취미 등에 대한 전문지식으로 무장하고 고객과의 소통 전면에 나서면서 제조업의 딱딱한 이미지를 소프트하게 변화시켜 주고 있으며, 내부직원 참여를 통한 기존 조직문화 개선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지엠 톡블로그는 올해 약 4백만명이 방문, 모두 6백만 페이지를 보고 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동일한 트래픽을 얻기 위한 주요 포털사이트의 검색 광고비로 환산한다면 수십억원의 가치에 해당된다.
지난달 11개 주요 차종의 검색건수는 약 220만의 검색이 이루어졌으며, 이중 약 5%인 93,000건이 실제 블로그 방문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즉 이 회사 차종에 관심 있던 소비자 중 스무명 중 한 명은 블로그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 보았다는 이야기다.
놀라운 것은 이 블로그 컨텐츠의 약 60%가 일반 직원들의 직접 포스팅 한다는 것. 실제 연구소, 디자인센터, 생산 등 다양한 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30여명의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분야 혹은 사진, 오토캠핑, 자동차 정비, 자동차 문화 등과 같은 라이프 분야에서 높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양질의 콘텐츠로 소통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그들의 경험담을 실은 책 ‘소셜직딩으로 살아가기’를 출간했다. 이들은 회사 블로그의 블로깅에 참여하면서 회사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만족감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부쩍 성장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 책에는 처음부터 직원블로거 위주로 시작했던 기업 블로그의 개설 배경과 직원 블로거 제도가 4년 가까이 성장하며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비결이 담겨 있다.
“한국지엠 톡블로그는 와사비(고추냉이)다. 톡특쏘는 맛을 지녔지만 다른 음식의 맛을 더 살려주는 와사비(고추냉이) 같은 글을 보여드립니다.” “한국지엠 톡은 한우다. 맛좋고 영양가 높은 1등급 한우~” 한국지엠 톡은 전파사다. 차에 대한 재미있는 건 모두 포스팅됩니다.” “한국지엠 톡은 오너의 엔진오일이다. 주기적으로 와서 좋은 정보를 얻어야 한다”
한국지엠 블로그 운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직원들이 블로그에 포스팅하면서 말미에 구호처럼 적어 놓은 글들이다. 하나같이 고객과의 소통에 열의에 찬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자동차가 탄생하기까지 연구원들의 숨겨진 개발스토리를 ‘R&D STORY’코너(아래 사진)를 통해 하나의 신차가 출시되기까지 수년간 최고의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연구원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하므로서 고객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차량의 특장점에 대한 소개를 넘어 사람들의 피땀이 묻어나는 상품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차량 테스트, 디자인, 컬러, 차량 패키지, 파워트레인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차량 개발의 세계를 담아내고 있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자신의 자리에 최선을 다하는 현대人들의 이야기를 ‘H PEOPLE’이라는 블로그 코너를 통해 소개하여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혀나가고 있고, 고객과 함께하는 기업문화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SNS 채널에 대한 내부 임직원들의 이해도 증진과 참여 확대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임직원들의 노력을 재조명함으로써 기업에 대한 고객 신뢰도 제고와 함께 직원 자긍심 고취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소셜미디어 시대, 고객의 눈높이가 높아짐에 따라 예전과 다른 소통의 매개인 소비자와 통하는 콘텐츠의 중요성이 점점 더 부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외부 전문가와 작가, 그리고 서포터즈를 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고객반응은 냉랭하다. 해당기업(관) 업에 적합한 해박한 지식과 오너십을 겸비한 소수 직원들의 진솔한 목소리는 외부고객뿐만 아니라 내부구성원의 소통문화를 제고해 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비자와 통하는 SNS, 직원과 함께 고객소통에 나서라.
한국인터넷소통협회 부회장 박영락/S&S 코칭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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