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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

평창동계올림픽의 유치전이 막바지에 달했던 지난 7월3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열렸던 과테말라시티 한복판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의 모습을 보면서 기자는 야릇한 감정에 휩싸였다. 국가사업인 올림픽 유치를 위해 대한민국의 지구 반대편을 걷고 있는 국내 간판 기업인. 대낮에도 총격이 오가는 거리를 걸으면서 유치활동을 벌이는 것은 ‘삼성의 이익’이라는 동물적 기업인 정신 때문만일까. 그런 단정은 너무나 야박했다. 그의 행동에는 국가에 대한 속 깊은 애정이 함께 담겨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비틀린 경영 행위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이를 송두리째 소각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었다. 다섯 달 가까이 흐른 11월27일. 기자는 두개의 다른 장면 속에서 의식의 혼란에 빠졌다. 여수엑스포 유치 성공과 노무현 대통령의 삼성 특검 수용. 이질적인 두 사회 현상 속에는 공통의 객체가 담겨 있었다. 바로 ‘기업(인)’이다. 파리 현지에서 엑스포 유치를 지휘했던 정부 고위인사는 서울에 도착한 후 통화에서 “2차 투표에서 동유럽의 도움이 컸다. 현대차와 삼성 등이 현지공장 설립으로 축적해놓은 힘이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있었음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치전 내내 그는 뛰어난 민간 외교관이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알아주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정 회장은 아직도 형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검 앞에 설 이 회장. 그는 기업의 일그러진 경영에 대한 비판이 가해질 때마다 중심에 서 있었다. 내년 1월부터 실시될 삼성에 대한 특검은 그를 20년 경영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으로 내몰고 있다. 부패의 낙인 속에 휘말린 이 순간, 과테말라에서 국가를 위해 뛰던 모습을 기억하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앞으로 특검을 통해 그의 잘못이 있다면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한국 최고의 기업인으로서 ‘코리아 브랜드’ 가치를 높여온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건희와 정몽구 회장. 대한민국 재벌 오너의 얄궂은 운명은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들을 진정 차가운 형틀에 가둬야만 국민의 분노가 가라앉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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