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은 올해가 남북관계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져왔다. 남북한도 2015년의 상징성을 의식하듯 새해 벽두부터 당국 간 대화 재개 및 교류협력 제의 등 상호관계 개선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현재 한반도 기상도를 바라보면 경색국면이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금 북한은 민간 교류협력 전반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희호 여사의 5월 방북도 무기 연기한 것은 물론 국내 단체들의 인도지원 사업 제의에 대해서도 상부의 눈치를 보며 회피하고 있다. 또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와 관련해 불참을 통보해왔다.
광복 70주년 허무하게 보내선 안돼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전향적 입장에서 '광복 70돌 6·15공동선언 발표 15돌 민족공동행사 준비위원회'에 대해 6·15북측위원회와의 접촉을 5년 만에 허용했지만 끝내 열리지 못한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6·15북측위원회는 개최지와 행사 내용을 둘러싸고 우리 측 민간단체와의 입장차를 확인하자 돌연 협상을 중단했다. 이후 6월1일 남북 공동행사 무산을 일방적으로 통보함에 따라 해당 단체들은 조촐하게 기념행사를 '각자 개최'했다.
이 같은 일련의 행태에는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다 일이 잘못돼 문책을 당할까 우려하는 관료보신주의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의 '갈지자' 행보, 현영철 숙청 등으로 보수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한몫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북한은 6·15공동선언 15주년을 맞아 6·15선언의 존중을 강조하면서 우리 측에 당국 간 대화를 제의했다. 또 그동안 억류해온 우리 주민을 전격 송환하는 유화조치를 취했다. 동시에 평양 북방 서해상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한 데 이어 김정은 위원장이 KN-01 단거리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 전형적인 화전 양면전술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과 비방 중단 등을 대화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북한이 우리 대통령 지명 공격, 6·15공동행사 무산에 대한 책임 전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 시험, 자위적 타격수단의 미국·서울 겨냥 위협 반복 등 군사적 긴장 조성에 매달리면서 우리 측에만 대화 분위기 조성을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6·15정신은 한 마디로 민족문제의 자주적 해결 혹은 직접 협상을 통한 해결이라 할 수 있다. 또 양보와 타협의 자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6·15공동선언은 이런 정신과 자세에서 채택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자신의 입장만 강요하려 한다면 남북관계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정부, 유연성 발휘 北변화 유도를
또 6·15정신은 실사구시의 정신일 터다. 남과 북이 어려운 것부터 접근할 경우 단시일 내 소기의 성과를 내기 힘들다. 남북관계 발전은 쉬운 것,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도 쌓이는 법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한 것은 남북한이 당국 간 테이블로 돌아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과단성과 유연성을 좀 더 많이 발휘해야 한다. 북한 측의 변화만 기다릴 게 아니다. 드레스덴 구상이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남북관계 개선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와 관련해 8·15 광복절 기념행사의 남북 공동개최를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광복 70년이 허무하게 지나갈 경우 '통일냉소주의'가 확산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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