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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 흥행돌풍 왜] 탈정치영화에 웬 이념 논쟁?

영화 '변호인'과 비교하며

"우익 영화" 갑론을박에 평론가들 "단순 가족영화"

영화 '국제시장'은 탈정치적인 영화다. 하지만 정치를 정면으로 다룬 여느 영화보다도 뜨거운 정치색 논쟁에 휩싸였다. 최근 대중에게 인기가 높은 허지웅 평론가가 한 대담에서 한 발언이 촉매제가 됐다. 그는 "어른 세대가 공동의 반성이 없는 게 영화 '명량' 수준까지만 해도 괜찮지만 '국제시장'을 보면 아예 대놓고 '이 고생을 후손이 아닌 우리가 해서 다행이라'는 식이다. 이처럼 정신승리하는 사회에 토가 나올 지경"이라고 말했다. 영화에 공감했던 사람들은 반발했고 논쟁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변호인'은 좌파 영화라 괜찮고 '국제시장'은 우파 영화라 한심하다는 것이냐"는 것이다.

보수 중장년층이 주요 시청자인 종편 채널 TV조선은 "허씨가 '국제시장'에 토 나온다고 말했다"고 비아냥 투의 보도를 했다. 인터넷도 좌우 이념논쟁으로 들끓었다. 트위터리안 '@korea_sasu'는 "민초들의 피와 땀, 희생으로 만들어진 나라임을 말하는 영화를 (진보 인사들이) 정치적·이념적 관점으로 폄훼해 청춘들에게 뒤틀린 시각을 주입한다"고 적었다. 허씨는 급기야 29일 트위터를 통해 "일베(인터넷 게시판 '일간베스트'의 줄임말. 이용자들이 주로 보수우익의 성향을 띤다)와 조선닷컴에 저에 관한 참담한 수준의 글이 반복해 게시되고 있다"며 "원저자와 전파자들 모두 자료 취합이 완료돼 법적 절차에 들어갔음을 알린다"는 글을 게재했다.

하지만 국제시장을 놓고 보수·우익 영화니 하는 이념논쟁 자체가 한 편의 코미디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치적 담론 자체가 불필요한 영화에 진영논리가 가세하며 아전인수 격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윤제균 감독의 말처럼 "정치적 해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저 웃고 즐기는 가족 영화"라는 말이 딱 맞다는 뜻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혹자들이 '국제시장'을 일컬어 '일베의 변호인'이라고 하는데 비교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변호인'은 정치가 있기에 '변호인'이 됐지만 '국제시장'은 그 시대 그림자처럼 드리웠던 정치적 요소들을 일부러 모른 척하는 영화다. 잘 빠진 상업영화인 건 맞지만 이런 정치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오락물"이라고 말했다.



전찬일 평론가 역시 "아버지에 대한 헌사라는 것은 어찌 보면 어쩔 수 없이 우익 이데올로기가 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가족의 유지라는 것 자체가 보수의 가장 핵심논리 아닌가. 하지만 모든 감독들이 이데올로기적인 목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봉준호 감독이 체제 전복하고 혁명하자고 '설국열차'를 만든 게 아닌 것처럼 윤 감독 또한 과거의 아픔은 모두 잊고 아버지들에게 감사하라고 훈계하기 위해 '국제시장'을 만든 건 아니다. 영화를 통해 담론을 공론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모든 영화를 체제 선동 영화로 보는 것이야말로 촌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국제시장'을 계기로 파독 광부나 간호사들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까지 비난해서는 것은 안 될 일"이라며 "그 시대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인정해야 한다. 영화가 영화로만 머물지 않고 사회를 변화시켰다는 것은 오히려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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