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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승강기산업의 암울한 미래

정진철 조선대 경영학부 교수

정진철 조선대 경영학부 교수

요즘 세계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외국인 투자자의 직접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의 가장 큰 목적은 고용 창출이다. 이를 위해 세제 혜택은 물론 철도 부설, 도로 건설 등 사회 기반 시설까지 기꺼이 제공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외국인 투자는 투자 대상국의 용지를 직접 매입해 공장이나 사업장을 짓는 그린필드형 투자다.

외자에 줄줄이 인수된후 쇠퇴 길

반면 지분 인수를 통한 투자는 환영받지 못한다. 물론 지분 인수의 경우에도 외국의 우수한 경영 기법이 전수되고 자본이 유입돼 제조 기반 확대와 투자 활성화, 고용 창출로 이어진다면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단순히 투자 수익만을 위해 지분을 매집하는 방식의 외국인 투자는 해당 산업의 황폐화로 귀착될 수 있다.

필자는 지인이 승강기 업체 종사자인 이유로 승강기 업계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승강기 업계의 상당 부분이 외국인 자본에 의해 잠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세계 승강기 산업은 특성상 몇몇 다국적 기업이 과점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주요 승강기 업체는 하나둘씩 외국계 승강기 업체로 인수됐다.

문제는 이를 인수한 다국적기업들이 약속이나 한 듯 제조시설 축소와 연구개발 기능 폐쇄를 단행하고 주요 자산 매각을 했다는 점이다. 값싼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 국내 시장에 공급하면서 피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갔고 수많은 종사자가 직장을 잃고 협력회사들은 줄줄이 경영난에 빠졌다. 1999년 미국 오티스(OTIS)사가 인수한 LG산전 엘리베이터 사업부, 2003년 독일 티센크루프사와 합작한 동양엘리베이터, 2003년 스위스 쉰들러엘리베이터가 인수한 중앙엘리베이터 모두 공장을 폐쇄하거나 생산라인을 축소했다. 심지어 2004년 핀란드 코네사가 인수한 수림엘리베이터는 2011년 한국지사 폐쇄로 귀결됐다.



현재 국내 승강기 업계에는 현대엘리베이터 단 한 곳만이 토종 업체로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국내 승강기 산업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는 토종 명맥 이어가길

특히 1984년 설립 이후 단 한 건의 고용 조정도 없었으며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2011년 이후 400여명을 신규 채용하는 등 고용 창출에 기여해왔다는 점도 놀랍다. 안정적인 노사 문화를 바탕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2007년 이후 국내 승강기 부문 시장 점유율 1위 행진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현대엘리베이터마저 다국적 승강기 기업의 인수합병(M&A) 공격에 노출돼 힘겨운 싸움을 계속해오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3위의 승강기 내수 시장을 갖고 있다. 전 국민의 60%가 공동주택에 거주하며 매년 3만대 이상의 신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다. 누적 설치 대수는 40만대로 세계 8위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노력을 단순히 기업 간의 분쟁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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