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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을 수립 집행하고 환율정책도 운영하며 금융안정도 도모하는 기관이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수단은 금리와 거시건전성 규제다. 세 가지 목표에 수단이 둘인 경우 목표 하나는 시장에서 결정되게 되는데 그것이 환율이다. 그러나 시장결정 환율이 과도하게 균형수준을 벗어나거나 변동성이 큰 경우 미세조정을 위한 질서 있는 외환시장 개입이라는 세 번째 수단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 세 정책수단으로 세 가지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지난 2년을 돌아보면 금리와 환율이 적정 수준을 유지해온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한은 주요 목적인 물가안정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5~3.5% 범위 안에 들어와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12년 6월 이후 무려 22개월 동안 목표 하한선을 밑돌았다. 근원인플레이션율은 2012년 3월 이후 2년 1개월째 하한선보다 낮은 수준이다. 물론 중기물가목표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2년 넘게 하한선을 밑돈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성장둔화로 과도한 실업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성장률도 하락해 잠재 국민총생산(GDP)에 대한 실제 GDP 비율인 GDP갭률이 2012년 하반기 이후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3·4분기 이후 성장률이 3%대를 회복했지만 GDP갭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기에는 아직 멀었다. 경기 회복기에 높아지는 성장률과 GDP갭률 간에 시차가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높아지는 성장률만 보고 금리를 올리다가는 GDP갭률이 적정수준 플러스로 회복되기도 전에 다시 추락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율과 GDP갭률이 이런데도 한은은 지난 5월 이후 금리를 동결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2년 5월 달러당 79엔 하던 엔화는 약세를 지속, 현재 101엔대로 21% 절하됐다. 같은 기간 동안 달러당 원화는 7% 절상됐다. 그 결과 원화는 엔화에 대해 35% 절상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수출업체들은 채산성이 악화돼 지난해 3·4분기 이후 어닝쇼크가 줄을 잇고 있다. 원화가 엔화에 대해 1995년 4월~1997년 2월 중 30% 절상돼 1995년 80억달러였던 경상수지적자가 1996년 230억달러로 늘어나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고 2004년 1월~2007년 7월 47% 절상돼 2004년 323억달러 흑자였던 경상수지가 2008년 1~3분기 중 33억달러 적자로 돌아서 2008년 외화유동성 위기를 겪은 한국으로서는 최근 원엔 환율동향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1997년, 2008년처럼 신흥국 위기가 전염될 수도 있다. 금리와 환율이 적정수준을 유지하지 못한 데는 경제전망에 대한 오류가 큰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새 총재를 맞는 한은은 우선 수많은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어떻게 하면 보다 정확한 경제전망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또한 금리결정모형이 보다 정교해져야 한다. 목표인플레이션율과 인플레이션율 전망치의 차이인 인플레이션갭과 GDP갭률은 물론 환율까지 포함한 정교한 금리결정모형을 구축해야 한다. 정확한 경제전망과 그 전망을 토대로 적정 금리·환율 수준을 추정하고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아울러 한은 목적에 고용안정 포함여부, 물가지표를 소비자물가상승률에서 근원인플레이션율로 복원하는 문제, 추가적인 금융안정 수단 강구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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