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G건설사는 모 분양대행 업체에 2년 뒤 준공되는 아파트의 입주 컨설팅을 의뢰했다. 공급물량 증가로 당장 내년부터 아파트 입주물량이 늘어나면서 상당수 계약자들이 입주를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공급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건설사들이 아파트가 준공되는 2~3년 뒤 대규모 미입주를 막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건설사들이 아파트 공급 물량을 늘리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대규모 미입주를 막기 위한 전략 마련에 돌입한 것이다.
입주대책의 일환으로 G건설사는 입주 컨설팅을 의뢰했다. 핵심은 계약자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외에도 입주 예정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의 활동을 지원하거나 계약자들의 전매를 도와주는 등 편의를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분양 당시부터 입주를 고려한 마케팅을 펼치는 회사도 있다. 단지 및 평면 설계를 다른 단지와 '확실히' 차별화하는 것이 그중 하나다.
P시행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특정 지역에 여러 단지가 순차적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입주 시기에는 세입자들이 단지를 골라서 가게 된다"며 "세입자가 들어와야 잔금을 치를 수 있는 집주인이 많기 때문에 설계에 신경 쓰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대행사 고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이른바 입주 마케팅에 들어간 회사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건설사들도 공급과잉에 대해 '매우 우려'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 2013년 8만1,865가구에서 올해 10만2,102가구로 늘었고 2017년이면 13만4,756가구로 훌쩍 뛴다. 특히 경기도 입주 물량은 2013년 4만9,552가구에서 2017년 9만3,411가구로 배 이상 많아진다.
이미 건설사들은 대규모 미입주에 따른 뼈아픈 경험을 한 바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입주가 속출했고 이 여파로 인해 잘나가던 몇몇 건설사와 시행사들이 법정관리·부도 등의 경영위기를 맞은 바 있다. 특히 영종신도시·파주·용인 지역에서는 상당수 계약자들이 입주를 포기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아파트 사업의 경우 전체 가구의 20% 정도가 수익으로 잡히기 때문에 이 정도만 입주를 못 해도 사업 전체가 적자로 전환된다"며 "대규모 미입주는 건설사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2017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08년 이후 최대치"라며 "2008년 겪은 입주에 대한 공포가 각인된 건설사들이 미리미리 채비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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