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는 일은 마치 고향에 돌아간 것 같은 기분 좋은 경험이었어요." 영화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 출연한 한국계 미국 배우 다니엘 헤니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첫 출연한 소감을 밝혔다. 헤니는 1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의 집'에서 열린 영화 '엑스맨 탄생: 울버린'의 공식 기자회견에 주연배우 휴 잭맨과 함께 참석해 "할리우드 영화의 첫 출연이기에 촬영에 앞서 긴장을 많이 했다. 하지만 휴 잭맨을 만나고 나니 긴장이 없어졌다. 미국은 내가 자란 곳이기 때문에 마치 고향에 돌아간 좋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생각보다 작업이 쉬웠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캐스팅이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캐스팅이 되자마자 뉴질랜드에 건너가서 액션 장면을 촬영했다. 휴 잭맨이 맡은 울버린과 싸우는 터프한 장면이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은 기존 '엑스맨' 시리즈의 서막에 해당되는 이야기로 울버린(휴 잭맨)의 출생과 어린 시절 부모를 눈앞에서 잃고 분노를 간직하게 된 사연, 전세계에서 선발된 강력한 돌연변이들과 함께 한 팀이 되어 비밀 병기 '웨폰 X'로 거듭나는 과정 등을 다뤘다. 다니엘 헤니가 맡은 에이전트 제로는 총을 기가 막히게 다루는 돌연변이로 다른 돌연변이들을 통제하고 울버린을 추격하는 인물. 헤니는 이후 한국과 미국에서의 활동을 어떻게 병행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 "나는 항상 스스로를 한국 배우라고 생각한다. 한국어를 완벽히 못하기에 언어적 문제가 있지만 상황이 허락 한다면 한국에서 1년에 한 번 정도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며 "한국에서 젠틀한 이미지가 굳어져 있어서 새로운 캐릭터를 찾는 데 어려움도 있지만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한국에 있을 거다. 여러분이 지겨워서 '제발 미국으로 가'라고 하기 전까지는 한국에 있을 거다"라고 말했다. 악역인 에이전트 제로 역을 맡아 복합적인 캐릭터로 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점에 대해 "에이전트 제로는 다른 뮤턴트들을 억압하는 악역이다. 극 중 그렇게 큰 비중을 가진 악역은 아니다"라며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그 또한 인간과 돌연변이 사이에서의 정체성 혼란을 겪은 인물이다. 캐스팅이 워낙 신속히 이루어져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많이 못했다. 하지만 내 직감을 믿고 에이전트 제로라는 캐릭터를 살아있는 인물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호주 출신의 할리우드 스타 휴 잭맨과 함께 한 소감에 대해 "그에게 정말 배울 점이 많았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알아보는 대단한 스타이고 배우다. 연기뿐만 아니라 노래도 잘 부른다. 훌륭한 아티스트이자 뮤지컬 배우다"라며 "몇 달 전 타임지에서 조지 클루니를 훌륭한 배우로 거론한 기사를 봤다. 하지만 나는 휴 잭맨이야말로 진정한 배우라고 본다. 그는 라이프스타일에서도 배울 게 많다. 그가 촬영장에 등장하면 항상 스태프들의 분위기가 훈훈해진다. 심지어 매주 금요일마다 사람들에게 복권을 사주며 이벤트를 제공했다. 그는 사람들을 항상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고 답했다. 연기 데뷔는 한국에서 했지만 '엑스맨…'으로 할리우드 영화에 성공적으로 첫 발을 디딘 헤니는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 배우의 운신의 폭이 좁은 건 사실이다. 평소 할리우드의 작품 제의를 받을 때마다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전혀 고민하지 않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한 아시아계 배우로서의 고민에 대해 "한국에서는 더 큰 비중으로 출연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작은 비중으로 릴랙스하게 촬영했다. 아직은 아시아계 배우들이 블록버스터에 악역으로 출연하거나 저예산 영화에서 주역을 맡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일하지만 이제 곧 할리우드 주역으로 올라 설 순간이 오리라 믿는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고, 인도를 다룬 '슬럼독 밀리어네어' 같은 영화가 아카데미 수상을 휩쓰는 시대 아닌가. 아시아 출신 배우들이 성장할 기회도 꼭 오기 바란다. 나는 미시간 주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많은 경험을 했고 앞으로 할리우드에서 개인적으로 배우로 잘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