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의 이번 전화 접촉은 미국·러시아의 군사력 시위 대결이 번지고 서구의 추가 제재 움직임에 가속하는 가운데 이뤄져, 푸틴이 주민투표에 대한 타타르계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려는 목적으로 한 행위로 해석됐다.
타타르계 지도자인 우크라이나 의회 무스타파 제밀레프 의원은 12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과 30분간 전화통화를 하면서 “주민투표의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우크라이나 TV에 밝혔다.
제밀레프 의원은 “우리는 어떤 희생자도 없이 이번 위기를 극복할 필요성에 대해 동의했다”면서도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은 이론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제밀레프 의원은 크림 자치공화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분리독립해 러시아에 합병되는 것은 우크라이나 주권을 보장한 러시아, 영국, 미국 간 국제조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크림에 주둔하는 러시아군의 타타르 민족에 대한 횡포에 대해서도 비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모스크바에서 민티메르 사이미예프 전 타타르스탄 대통령과도 회담하고 크림 자치공화국 문제를 논의했다. 타타르스탄은 러시아 중동부의 자치공화국으로 주민 상당수가 타타르계와 가까운 혈통이다.
타타르계는 크림 자치공화국 전체 주민 200만명 중 13%(26만명)를 차지한다.
이들은 2차 세계대전 때 나치를 도왔다며 구소련 시절 중앙아시아로 쫓겨나는 등 핍박받다가 구소련 해체 후 우크라이나가 독립해 크림으로 돌아오면서 반러시아 성향이 심화됐다.
크림 자치공화국은 오는 16일 러시아로의 귀속을 묻는 주민투표를 치른다.
타타르계는 러시아 병합에 반대하지만, 크림 공화국은 주민의 60% 이상이 러시아계인데다 이들이 친서구 노선의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에 강한 반감을 가진 점을 고려할 때 주민투표에서 러시아 편입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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