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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 의원은 해외에 연 3~4차례 나갈 때마다 자동으로 비행기 좌석을 업그레이드받는다. 이 방의 한 보좌진은 “심지어 의원이 이코노미를 끊고 1등석으로 두 단계나 업그레이드 혜택을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 대관팀 관계자는 “위원장이나 간사, 이해관계가 걸린 의원들이나 보좌진은 특별히 신경을 쓴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미리 혜택을 줘야 하는 리스트를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국회의원은 고유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국회 회기 중 KTX 무료 탑승, 공항 귀빈실과 VIP 주차장 이용 등 수 십가지의 공인된 혜택 외에도 ‘갑’의 위치에서 유·무형의 특혜를 적지 않게 누린다. ‘을’인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 적극 로비에 나선다. 대기업과 공공기관과 공기업, 금융사, 정부에서 대관팀을 국회에 상주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가 행정부나 공공기관을 견제하고 규제에 민감한 기업들이나 금융사에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국회의 밥’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민원에 시달린다. 공공기관의 한 대관 담당자는 “낙하산 논란이 있든 내부 승진이든 상관없이 공기업은 지배구조면에서 독립성이 부족해 외풍을 타기 마련”이라며 “정치권의 부탁을 안 들어 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공기업에 대한 납품이나 광고, 인사청탁 등 여러 유형의 청탁이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유력 정치인들의 자녀들은 그다지 취업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국내 최고의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알아서 입사 문의를 하기 때문이다. ‘현대판 음서’가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에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사 대관담당자는 “정치권의 인사청탁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셀 수조차 없다”며 “임원 인사는 그렇다고쳐도 대리, 과장 같은 하급직원들의 승진과 보직인사에 대한 민원이 들어온다”고 폭로했다.
최근 대구에서는 여당의 모 국회의원 가족이 대구 수성 의료지구 산업 용지를 싸게 특별 분양할 것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모 협동조합에 소속된 70여 사 명의로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에다가 조성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가격으로 분양 압력을 넣은 것이다. 대구 지역 정치권에서는 “해외자본을 많이 유치해야 하는데 정치권이 개입해서 되겠느냐”며 혀를 찼다.
대출 관련 청탁은 아예 고전이다. 한 금융사의 대관팀은 “과거보다 줄긴 했지만 정부 지분이 있는 은행은 청탁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대출청탁과 특정기업을 잘 봐달라는 요구가 많은데, 의원의 속내인지 보좌관의 농간인지 알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대기업의 한 대관 담당자는 “술자리에 불러내 ‘요새 제대로 하지 않는다’, ‘우리가 움직이면 끝난다’는 식으로 군기를 잡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법안 처리에서 국회 상임위원회의 수석전문위원과 전문위원, 입법조사관의 입김이 커지고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의 기능이 확대되면서 국회 사무처의 갑질도 논란이다. 여당 의원 보좌관은 “국회 입법조사처나 상임위 관계자들의 법안 검토보고서 내용에 따라서 사실상 법안 처리가 좌우되다보니 대관파트에서도 이들에게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카드사 대관팀 관계자는 “최근 국회 사무처의 한 고위 관계자가 몇 군데 카드사 대관업무팀을 불러 카드 업계의 금리 실태를 지적하다가 자신의 대출금리도 내려달라고 우회적으로 압박했다”고 말했다.
국회의 갑질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고질병이 됐다 지난해에는 게임 업체 대표를 대거 증인 출석 대상에 올렸다가 업계에서 한바탕 소동을 겪기도 했다. 업계에서 의원실을 일일이 방문해 증인 명단에서 회장과 대표를 빼줄 것을 요청했더니 즉각적으로 후원금 ‘고지서’가 이들에게 떨어졌다. 금융사 대관업무 담당자는 “보좌관이 ‘몇 명 이름으로 얼마를 후원하라’고 할당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이 도마 위에 올랐을 때 이동통신사 3사의 대관업무팀은 한 의원실로 ‘소환’됐다. 의원실 측에서는 “이통3사가 네비게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개인정보를 수집 보관하고 있다”며 국감장에 대표를 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통사 대관팀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실을 순회 방문해 통사정한 결과, 담당임원으로 출석자의 직급을 낮췄다. 이 과정에서 해당 기업들이 의원실에 인사치레를 했음은 물론이다. 이통사의 한 대관팀 관계자는 “막상 국감에서는 시간이 부족해 한 임원에게만 질문하고 끝나 다행이면서도 씁쓸했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대관담당자는 “국감이나 국정조사에서 일단 기업인을 끼워넣고 기업에서 찾아가면 딜을 한다”며 “이 과정에서 민원이 오고 간다”고 말했다.
국회 권력이 과도한데 비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국회권력이 최근 몇년 새 급격히 커졌지만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특정계층이나 집단의 말만 대변하거나 정쟁에 휩쓸려 제대로 정책을 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경제 관련 협회장은 “여야가 법안을 가지고 정치게임을 하는데도 정부는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지 못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같은 정치권의 갑질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면서 정치권에서도 자성의 움직임이 나왔다. 지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는 모두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약속했다. 여야 모두 혁신특위를 구성해 특권 포기 방안을 강구해 2월에 구성될 국회정치개혁특위에서 연말까지 논의할 방침이나 부지하세월이다. 국회 등 공무원과 공공기관 등의 갑질을 고치자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지만 과잉입법 논란이 커 2월국회에서 통과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권한에 맞춰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데 우리 국회는 아직도 갑질, 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여론만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도 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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