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영화계에 따르면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는 최근 성기 노출 장면이 외설적이라는 점을 들어 '퐁네프의 연인들'로 유명한 레오 카락스 감독의 신작 '홀리 모터스'의 등급을 '제한상영가'로 결정했다. 영등위는 이 영화에 발기된 성기가 1분 55초가량 공개되는 점을 문제 삼았다.
영상물 심의등급은 전체이용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관람불가(19세이상 관람가), 제한상영가(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가능) 등 총 5등급으로 나눠진다.
홀리 모터스 수입사 오드(AUD)는 이에 반발, 해당 장면을 블러 처리한 뒤 재심의를 통해 지난 3월 20일 최종적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아냈지만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관객 모집단의 축소는 불가피해졌다. '홀리 모터스'는 오는 4월 4일 국내 개봉된다.
이에 앞서 지난 해에는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무게' 등이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국영화 '연애의 온도'의 경우도 최근 이른바 '19금'(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한 영화계 인사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영화창작자들에게 과도한 심의는 커다란 심적장애가 될 수 있다"며 "영등위의 최근 행태에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홀리 모터스'의 경우 명 감독 레오스 카락스가 13년 만에 내놓은 장편 신작으로 국내에 선보이기 전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찬사를 얻었던 작품이다. 이를 반영한 듯 지난 2012년 칸영화제 젊은 영화상 수상을 시작으로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총 2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고 17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던 영화다.
홀리 모터스 수입사측은 "현재 국내에 제한상영관이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에서 제한상영가 등급 결정은 국내 상영을 포기하라는 뜻"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영등위의 영화 심의에 대한 반발로 '제한상영가 전용 영화관' 출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시장성이 작다. 제한상영가 전용 영화관 설립조건이 워낙 까다로운데다 관객들이 다양한 통로를 통해 영상들을 접하는 마당에 굳이 이런 영화관까지 가겠느냐는 것이다. 2004년 5월 14일 대구에 국내 첫 제한상영관이 등장해 광주 등지로 확산되기도 했지만 시장성이 없어 현재는 모두 철수한 상태다.
한국독립영화협회 관계자는 "어느 예술장르에서도 '청소년 관람불가'는 있어도 '제한상영가'는 없다"며 "결국 아예 볼 권리를 차단하는 영등위식 과도한 심사는 분명하게 재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등위는 이에대해 "영등위가 영화의 작품성까지 평가할 수는 없다"며 "내부 심의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어 영등위 심의방식에 대한 영화계 내부의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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