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 조치는 곁가지만 건드린 데 불과하다. 문제는 담합 등의 증거가 부족한데도 과징금부터 때리고 보는 공정위의 관행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제재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는 기업들이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345건의 공정위 처분 가운데 소송으로 비화된 게 71건, 20.6%에 이른다. 전년 대비 8.0%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소송에서 공정위의 패소율도 급등세다. 지난해 판결이 확정된 132건 중 공정위의 전부패소 비율은 2013년보다 7.3%포인트 상승한 12.9%였다. 일부패소까지 포함하면 20%선에 육박할 정도다. 공정위가 패한 원인은 대부분 '객관적 증거 없음'이나 '근거 없음'이라고 한다. 부실한 조사에 무리한 결론을 냈다는 얘기다.
법원 판결로 취소된 공정위 과징금도 올 들어 벌써 2,500억원을 넘었다. 2010년부터 최근 5년간으로 따지면 5,100억여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니 불공정 조사와 과징금 산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겠는가. 위법행위가 뚜렷하지 않은데도 조사에 들인 노력이 아까워 공정위가 제재를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기업들이 불공정행위를 했다면 처벌받는 건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면밀한 조사와 확실한 증거 확보도 없이 제재를 남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공정위 상대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기업들은 웃을 수 없다. 제재 발표와 동시에 '불공정' 낙인이 찍혀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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