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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기자의 군사·무기 이야기]
KF-X 기술이전, KF-16 개량 난관 봉착
F-15K 유지 힘들어 운용 축소 불가피
공군의 앞이 안 보인다. 전투기 세력 유지가 어려워서다. 우선 한국형 차기전투기(KF-X)가 일정대로 개발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미국이 레이더 등 4개 핵심기술을 제공하지 못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한 사업 자체가 불투명하다. 기존에 보유한 134대의 KF-16 전투기 개량사업도 난관에 빠졌다. 미국 의회가 최근 이 사업의 상한선을 25억 달러로 정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책정한 사업예산은 1조 7,500억원. BAE 시스템즈가 이 금액에 사업을 수주했다가 8,000억원 증액을 요구해 계약을 취소하고 록히드 마틴과 재계약을 맺었으나 이번에는 최대 1조원 가량 사업비를 올려줘야 할 처지에 몰렸다. 물론 미 의회가 제시한 25억 달러가 상한선이어서 실제 계약금액은 내려갈 수 있으나 전체 사업비 증액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 국회가 불어난 사업비를 승인하기도 기대하기 어렵다.
공군의 전력증강을 뒷받침하는 방사청은 협상으로 KF-16 성능개량 사업의 비용을 낮추려 시도하고 있으나 미국도 사정이 어렵다.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은 끊임없이 문제를 야기하는 F-35 개발비를 대느라 여유가 사라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기다렸다가 KF-X 개발을 통해 습득될 레이더와 항전장비 기술을 KF-16 개량시 활용하자는 방안이 나오지만 두 가지 단점을 안고 있다. 첫째 적어도 10년 정도의 시간을 기다리기에는 공군의 전투기들이 너무 낡았다. 둘째, 우리나라가 설령 관련 기술을 완전습득하더라도 원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이 소스코드를 주지 않는 한 독자 개량 자체가 불가능하다.
애로점은 방사청이 맡고 있는 도입 사업뿐이 아니다. 공군의 최고성능 전투기인 F-15K 60대를 유지하는 비용이 갈수록 높아져 운용을 줄이는 판이다. 적정 대수 이하를 보유한 탓이다. F-35가 도입될 경우 군수·정비 분야에서의 애로사항은 더 늘어난다. 보유대수도 40대로 적거니와 부품 자체가 컴퓨터로 구성되어 있어 국내 정비가 가능한 부품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가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을 넘을 대안을 없을까. 현행 예산 아래 대안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일괄 개량사업을 단계별로 바꾸거나 미국과 유럽의 잉여 중고기체를 도입 또는 빌려서(리스) 사용하지 않는 한 공군이 맞닥칠 예산 절벽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국내 기술 개발이 지연되거나 불가능 판정을 받을 경우 속으로 입을 상처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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