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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유불선 넘나드는 대학(大學) 강의

■ 대학강의

■ 남회근 지음, 설순남 옮김, 부키 펴냄


‘옛날에 밝은 덕을 천하에 밝히려는 자는 먼저 그 나라를 다스리고, 그 나라를 다스리려는 자는 먼저 그 집안을 바로잡고, 그 집안을 바로잡으려는 자는 먼저 그 몸을 닦고, 그 몸을 닦으려는 자는 먼저 그 마음을 바르게 해야 한다.’ (중략)

유교를 대표하는 경전 중 하나인 대학(大學)의 대목이다. 이른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유불도의 방대한 지식과 식견을 넘나들었던 중국 학자 남회근의 대학강의가 번역돼 나왔다.

2500여년전 춘추전국시대, 공자의 제자인 증자가 쓴 원본 대학은 성리학을 집대성한 송대의 주희가 예기에서 떼 낸 후 논어·맹자·중용과 더불어 사서(史書)라고 부르면서 유교의 정통 경전으로 숭상받게 되었다. 특히 대학은 통치자를 위한 학문이자 선비의 삶의 지침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저자는 정치서로서 과장된 대학에 대한 해석은 그 본질적인 가르침에서 벗어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학은 내면의 학문 수양을 통해 이치를 밝히고 본성을 실현해 그것으로 나와 가까운 사람들, 더 나아가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가르침을 설파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내면에 불성을 깨우라는 불교의 가르침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나의 내면을 밝게 빛나게 하기 위해서는 추상적이고 공허한 수신(修身)이 아니라 심신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일곱가지 근거(칠증:七證)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알고(知) 멈춘(止) 뒤에야 정함(定)이 있고, 정한 뒤에야 흔들리지 않을 수 있고(靜), 흔들림이 없는 뒤에야 편안할 수 있고(安), 편안한 뒤에야 생각할 수 있고(慮), 생각한 뒤에야 얻을 수(得) 있다’는 이치다. 책은 천여 자에 불과했던 ‘원본 대학’을 기본으로 저자가 강연한 내용을 연결해 40만자로 풀어냈다.



책은 황제를 위한 통치서가 아닌 개인의 수양과 학문을 위한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는 “수신제가도 못하면서 치국이라니 하면서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 말의 본 뜻은 다른 이를 폄하하거나 어느 누구도 쉽게 다가갈 수 없을 만큼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라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즉 수신이라고 했을 때 자신의 수신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

책은 격물, 치지, 성의, 정심,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등 수박 겉핥기식의 이해 정도에 그치는 단어에 깊은 뜻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심신수양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불가와 도가를 넘나들면서 풀어내는 가르침을 통해 올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며,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저자가 예시로 드는 수많은 인물의 삶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아울러 중국 문화와 역사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에서 말하는 ‘천하를 잘 다스린다는 것은 결국 백성들이 일상을 편안하게 누리도록 해 주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는 2500년이 지나도 유효한 고귀한 이치임에 틀림없다.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는 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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