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만과 투자보장협정(BIT) 체결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친(親)중국 성향인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 집권 이후 양안관계가 상당히 우호적인데다 한국과 대만 간 교역량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해 중국도 반감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체결되면 지난 1992년 단교 이후 약 20년 만에 우리나라와 대만 간 경제채널이 복원되는 것으로 사실상의 '경제수교' 효과를 내게 된다.
이날 외교통상부와 새누리당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6월 대만에서 한ㆍ대만 투자보장협정 체결을 위한 1차 협상을 개최했다. 2차 협상은 오는 10월 우리나라에서 열릴 예정이다.
외교부 사정에 정통한 여권 핵심관계자는 "대만 측 요청으로 양국 간 투자보장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게 됐다"며 "이미 대만에서 1차 협상을 마쳤다"고 밝혔다.
BIT는 양국 기업들이 상대방 국가에 투자하거나 진출할 때 가장 기본적인 법적 보호틀이다. BIT를 맺으면 상대방 나라의 업체가 현지에서 활동할 때 각종 재산권 보호 및 내국인 대우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익송금의 자유 등도 포함된다.
또 BIT에는 투자자국가간소송제도(ISD)가 들어 있다. ISD는 자국 기업이 그 나라 정부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 소송을 걸 수 있는 것으로 정상적인 이윤활동이 보장되는 안전판이다. 우리나라가 맺은 BIT에는 예외 없이 ISD 조항이 포함돼 있다. BIT 미체결국에도 투자를 할 수 있지만 이런 이유로 실질적으로는 대규모 투자를 하기 어렵다.
정부는 현재 대만과의 BIT 체결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양국 간 교역규모가 상당한데다 대만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가 미국ㆍ유럽연합(EU)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기 때문에 대만 업체들로서는 한국에 공장을 지으면 이들 국가와 FTA를 맺은 효과를 누리게 된다. 대만 정부가 우리 측에 투자보장협정 체결을 먼저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만 기업들이 국내 투자유치를 늘리면 고용 등이 늘어날 수 있어 우리 정부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양국 간 BIT를 맺게 되면 교역과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BIT를 할 바에는 높은 수준으로 하는 게 우리 입장에서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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