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의 주가가 심상치 않다. 연이은 대내외 악재에 3일(현지시간) 사상 최저치까지 주저앉았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이른바 '기업공개(IPO) 대박주'가 겪었던 상장 이후 주가폭락 수순을 그대로 밟는 것으로 알리바바 역시 이 '승자의 덫'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알리바바 주가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전날 대비 2.8% 떨어진 81.58달러에 장을 마쳤다. 특히 장중 한때 80.03달러에 거래가가 형성돼 지난해 9월 상장 이후 역대 최저가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11월13일 달성했던 사상최고가(120달러)와 비교하면 3개월반 만에 주가가 33%나 떨어졌고 올 들어 하락폭도 21%에 이른다.
이날 알리바바의 추락을 이끈 것은 대만 당국과의 갈등 이슈다. 외신들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대만 경제부 산하 투자위원회는 최근 알리바바가 중국 회사임에도 지난 2008년 대만 진출 당시 싱가포르법인인 '알리바바닷컴 싱가포르법인'으로 등록한 점을 문제 삼아 12만대만달러(약 420만원)의 벌금과 함께 6개월 내 요구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하겠다고 명령했다. 대만은 정치적 이유로 중국 기업의 직접투자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한 대학에서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대만은 알리바바에 매우 중요한 곳"이라며 "우리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각 국가의 법을 준수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주가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쟁기업인 JD닷컴이 이날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지난해 4·4분기 실적을 냈다고 밝힌 점도 알리바바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시장 컨센서스(329억위안)를 웃도는 4·4분기 매출액 327억위안을 달성한 JD닷컴의 선전은 "(상대적으로) 알리바바 실적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문제는 알리바바를 둘러싼 악재가 일회성 리스크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개의 중국 기업이 가진 '중국 리스크', 즉 기업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문제, 예측 불가한 중국 당국의 돌발정책 이슈 등과 향후 실적우려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알리바바 주가를 억누르고 있다.
실제로 1월 말 알리바바는 자사의 짝퉁판매 행위 및 뇌물수수 혐의 등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신뢰의 위기를 맞았다"고 지적한 중국 당국과 마찰을 빚었다. 이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에는 시장 전망을 밑도는 4·4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알리바바 주가는 8% 넘게 폭락했다.
뉴욕증시 상장 첫날인 지난해 9월19일 알리바바 주가는 공모가(68달러) 대비 38% 뛴 93.89달러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시장의 폭발적 반응에 회사가 공모 희망가를 한 차례 더 올려잡는 등 IPO 거품 논란이 일었지만 대박신화를 좇는 투자자들의 사자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알리바바 역시 '공모 대박→실적 기대치 하회 및 돌발악재 발생→주가급락'으로 이어지는 IPO 대어의 실패 시나리오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알리바바 상장 이후 첫 거래가가 92.70달러임을 감안하면 공모주가 아닌 일반증시에서 알리바바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알리바바는 투자자들에게 과열된 주식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며 "알리바바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지금 그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향후 실적부진 우려 △올 3월 대규모 보호예수주식 해제(전체의 19%) △여전히 높은 주가 수준 등을 이유로 "알리바바의 주가가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고 미 경제매체 밸류워크는 최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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