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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갈증에… 하이일드 국채 없어 못판다

유례없는 초저금리 지속에 "안전성만으론 수익 못맞춰"

연기금 저신용 국채 투자

파키스탄·스리랑카 ·루마니아 등 정크본드 국채 인기 치솟아


세계 주요 연기금들이 초저금리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저신용 국가 국채(하이일드 국채)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도 이들 연기금이 수익률에 더욱 집착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정크본드 국채는 없어서 못 파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아시아 지역 금융시장을 다루는 전문매체 파이낸스아시아에 따르면 지난 9일 파키스탄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달러표시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파키스탄의 국가신용도는 무디스 등급이 Caa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B-로 정크 등급이다. 그럼에도 이번 20억달러 규모의 국채 입찰에는 전세계에서 70억달러의 자금이 몰렸다. 투자자 가운데 59%는 미국으로 가장 많았으며 영국(19%), 유럽(10%) 순이었다. 이 가운데 85%가 기관투자가로 나타났다. 투자자가 몰리면서 국채금리도 당초 예상보다 0.25~0.5%포인트가량 내려가 5년과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각각 7.25%와 8.25%로 책정됐다.

스리랑카도 이달 초 5억달러의 5년 만기 국채를 5.125%에 발행해 올 들어 두번째 달러화 표시 채권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역시 발행금액 대비 8.3배나 되는 많은 자금이 몰렸다.

유럽에서도 취약국을 중심으로 국채 발행이 활황을 이루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달 중순 루마니아는 12억5,000억유로의 10년 만기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청약금액은 발행 예정금액의 5배 이상이었으며 이에 따라 발행금리는 3.7%로 역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루마니아는 2009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전력이 있는데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동유럽 정세불안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투자열기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루마니아는 올해 초에도 달러화 표시 국채 발행에 성공하며 이미 올해 해외 투자가 대상 발행물량을 매듭지은 상태다. 다른 유럽 취약국들 역시 투자열기에 힘입어 목표를 초과 달성해 자금을 조달했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달 23일까지 2014년 발행 예정 물량의 29%에 해당하는 국채 발행을 끝마쳤다.



일부에서는 하이일드 국채가 과열됐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투자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주로 선진국 국채에 투자해왔지만 현재와 같은 저금리 수준에서는 우량등급 채권만 고집할 경우 목표한 연금 수익률을 달성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큰손은 세계 최대의 연기금인 일본공적연금이다. 총자산 1조2,600억달러에 달하는 이 연금은 해외 채권 투자 비중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10%까지 늘리기로 했다. 일본공적연금은 그동안 일본 국채로 자산 대부분을 굴렸으나 금융완화 정책으로 10년 만기 국채가 0.6% 수준에 머물면서 운용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로 지급해야 할 연금규모가 늘어나면서 해외채권 투자 및 대체 투자를 통해 운용수익률을 제고하겠다고 이달 초 밝혔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연기금 등 글로벌 채권시장의 큰손들이 예전처럼 안전성만 따지면 목표 수익률을 못 맞추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연기금이 리스크 있는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데는 논란이 있지만 저금리하에서는 어쩔 수 없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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