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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미술] "그림은 세상과 사람 연결하는 통로"

14년만에 개인전 여는 작가 강익중<br>'3인치 작품'으로 대중들과 친숙<br>백자에서 영감얻은 달항아리 등 '순수의 힘' 빛나는 신작들 선봬

'1392개 달항아리' 앞에 선 강익중씨

화가 강익중(50)은 뉴욕에서 20년 이상 활동하고 있지만 국내 대중과 친숙하다. 공사 중인 광화문 가림막 '광화에 뜬 달'은 아침저녁으로 서울 시민과 마주한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백남준의 '다다익선'과 나란히 설치된 6만장 짜리 설치작품 '삼라만상: 멀티플 다이얼로그'는 미술관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동시에 하늘빛을 머금은 '달항아리' 그림이나 단청에서 착안해 14색 크레파스로 패널에 한글 한 자씩을 적은 작품 등은 한국의 미감을 드높였다. 공공미술에 집중하던 그가 14년 만에 상업 화랑에서 전시를 갖는다.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7일부터 5월2일까지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고'라는 전시제목으로 근작 180여점을 선보였다. ◇순수와 당당함의 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순수하고 당당하게'입니다. 김연아 선수의 세계적인 인기도 어리고 작은 소녀의 순수함과 당당함 때문이 아닐까요?." 강익중의 작업론이다. 조선 백자에서 영감을 얻은 그의 '달항아리'는 꾸밈없고 조금 일그러졌어도 '순수하고 당당하기에' 화려함을 압도하는 힘을 내뿜는다. 크기도 문제될 것 없다. 작은 것들이 모이면 더 단단한 힘을 발휘한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손바닥 크기의 '3인치 작품'.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84년 뉴욕으로 간 작가가 오가는 지하철의 사람들 틈에서도 그림을 그릴 수 있게 가로 세로 3인치(7.7cm)의 스케치북을 사용한 데서 시작했다. 이후 미국에서 유망작가로 주목 받아 1994년 휘트니미술관에서 백남준과 2인전을 열면서 '제2의 백남준'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1997년에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대표로 참가해 특별상을 받았다. "베니스 비엔날레 이후 인생의 목표가 바뀌었어요. 그림을 통해 사람과 세상을 연결하기로요. 특히 아픈 아이들이 병원에서도 '혼자가 아니다' 고 생각하게끔 전세계의 꿈을 나누는 거죠." 그는 어린이들이 '내게 소중한 것'을 그린 작은 그림 수만 장을 모아 대형 벽화를 만든 '희망의 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4년 미국 신시네티 어린이병원부터 올해는 충남대 병원과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어졌다. 순수한 아이들의 그림은 거장의 대작 못지 않은 감동을 전한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지혜="'달항아리'는 겉이 항아리일 뿐 다채로운 하늘의 빛을 표현한 겁니다. 꿈은 많지만 안은 비어 있는 게 우리 민족의 모습과 닮았어요." 신작 그림 외에 갤러리현대 신관 1층에는 소형 달항아리 1,392개를 배열한 설치작품이 첫 선을 보였다. 그 숫자는 백자를 탄생시킨 조선의 개국 연도와 일치한다. 3인치 작품이 그랬듯, 작은 항아리들은 한국적 기운을 내뿜는다. '산과 폭포' 시리즈는 간략하지만 심오하고, 그러면서도 유쾌하다. "자연은 그리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라는 작가는 "흐르는 물을 그리려 애쓰다 자연스럽게 물감을 흘려보았더니 자연 그대로의 폭포가 됐다"고 설명한다. 이 작품은 다음달 1일 개막하는 2010 상하이 세계박람회에서 한국관을 장식할 예정이다. 2층의 '꽃과 달항아리'는 "이름도 없는 꽃들을 그린 것"이라지만 그 역시 순수하고 당당하기에 감히 꺾지 못할 '사랑스러운 위엄'을 드러낸다. 한 자씩 글을 적은 패널 한 문장이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내가 아는 것들'은 작가가 묵혀 낸 삶의 지혜를 설파한다. ''폭풍 직전의 하늘은 연한 청록색이다' '그림을 그릴 때 눈을 반쯤 감고 그려야 좋은 그림이 나온다' '정말 필요한 것은 별로 없다' 등. 작가가 평생 모은 지혜는 총 1,200문장이라고 한다. 삶과 예술이 만나는 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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