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리스 국회부의장인 알렉시스 미트로풀로스 시리자 의원은 이날 그리스 민영방송인 스타채널에 출연해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에 새로 제출한 협상안을 "극단적이고 반사회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새 협상안은 의회에서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시리자의 다른 강경파 의원인 야니스 미켈로야나키스 의원 역시 "정부의 제안대로 협상이 통과될 경우 그리스는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프라스 총리의 협상안은 그리스 국민들 사이에서도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날 아테네 중심가에서는 수천명의 연금 수령자들이 긴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석한 한 시민은 "치프라스 총리가 외국인들에게 굴복하고 있다"며 "나도 치프라스 총리에게 표를 줬지만 그건 투표권 낭비였다"고 말했다.
그리스 내부 반발의 초점은 주로 세수 증대에 맞춰져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협상안에서 부가가치세를 전면 개편해 올해 6억8,000만유로, 내년에 13억6,000만유로의 재정수입을 늘리고 법인세도 26%에서 29%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시리자 강경파 의원들은 이러한 세수확대로 이미 활력을 잃은 그리스 경제가 더 추락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FT는 다만 치프라스 총리가 국내 반대세력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더라도 이달 말로 예정된 의회 표결에서는 협상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시리자 내 강경파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제1야당인 우파 신민당을 비롯해 중도 성향의 야당들이 협상안에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상안 통과와는 별개로 치프라스 총리의 리더십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리자와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독립그리스인당(ANEL)의 파노스 카메노스 당수가 "부가가치세 증대 항목이 가혹하다"며 반대 의견을 밝힌 가운데 협상안이 의회에서 강행 통과될 경우 ANEL이 결별을 통보하며 연정이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FT는 이와 관련해 만약 이달 안에 협상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치프라스 총리가 사임하고 조기총선이 시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독일은 그리스에 오는 29일까지 협상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라고 압박했다.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은 이 안을 토대로 24일 유로존 재무장관협의체인 유로그룹 회의에서 타협안을 도출하고 25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최종 타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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