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다국적기업들이 유럽시장의 매출감소와 유로화 대비 달러 강세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전업체인 월풀은 3ㆍ4분기 북미에서 24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전년동기 대비 2% 성장했지만 유럽과 중동 지역 판매는 같은 기간 19.5%나 줄었다. 월풀의 유럽 지역 손실은 3,500만달러에 달한다.
세계 최대 중장비 업체인 캐터필러도 3ㆍ4분기 전체적으로 매출이 5% 늘었음에도 유럽 지역 판매는 1% 감소했다. 캐터필러는 "내년 완만한 판매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유럽에서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사무용품 업체 3M은 전체 매출은 지난해보다 2.8% 늘었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유럽에서는 각각 1.4%, 6% 줄었다. IBM 역시 같은 기간 유럽 지역 매출이 9% 떨어졌다. 이는 전체 매출 감소폭 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다음주 중 실적을 발표하는 포드ㆍGM 등 자동차 업체들의 매출 타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포드는 최근 유럽 지역 판매부진으로 영국ㆍ벨기에 등 3개 유럽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포드는 올 한해 유럽 지역에서 15억달러 넘는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GM 역시 비용절감을 위해 벨기에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은 평균적으로 판매의 20~25%를 유럽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재정위기에 따른 긴축 등으로 유로존은 2ㆍ4분기에 이어 3ㆍ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해 미국 기업들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또 다른 부담은 환율이다. 달러는 지난 3개월 동안 유로화 대비 7.4% 절상됐다. 이는 미국 제품의 가격상승과 더불어 달러 환산 유럽 매출 감소로 연결된다. 듀폰의 경우 3ㆍ4분기 유럽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 감소했지만 달러 매출규모는 15%나 떨어졌다.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진은 미 대선, 중국 권력승계 등의 이슈가 있지만 무엇보다 유로존이 가장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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