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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무엇이 착한 기업인가
입력2007-11-18 19:44:07
수정
2007.11.18 19:44:07
산업은행이 신정아씨 관련 미술전시회에 거액을 협찬해서 물의를 빚더니 이번에는 설립 목적과는 무관한 공익재단을 세워 또다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산업은행이 설립한 ‘산은사랑나눔재단’은 초기출연금으로 56억원을 조성, 저소득빈곤층 및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사업을 벌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기업은 무엇보다 설립 목적에 충실한 것이 공익에 더 큰 기여를 하는 것이다. 특히 일부 기업에서 오너가 재단을 악용해 회사자금을 전용하거나 남용하는 사례가 있는 것처럼 산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산은은 국책은행으로서 경제적 역할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재단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요즘 기업의 ‘사회적책임(CSRㆍ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강조되는 분위기에서 착한 기업, 좋은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말도 있다.
이제 기업은 건실하게 자기 사업을 하고 이해관계자들을 속이거나 법규를 어기지 않고 값싸고 품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서 돈을 버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것 같다.
기업, 특히 대기업은 이윤 추구보다 사회적책임을 다하라는 요구를 각계로부터 받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중요한 경영전략으로 채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책임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이것은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핵심전략이며 이것을 소홀히 하는 기업은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잃고 거래도 제한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부응해 재계에서는 사회적책임 최신 동향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뉴스레터와 백서를 발간한다. 또 사회적책임에 관한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사회복지단체ㆍ비영리단체 등과 함께 사회공헌문화대축제를 개최하며 기업의 윤리경영 사례 및 사회공헌활동을 홍보하는 등 대단한 쏠림 현상을 보인다.
사회적책임에 관련된 기업의 지출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사회적책임의 범위와 규모도 기업활동 전반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기업은 근로자를 잘 대우해야 하고 고객 및 협력업체들에 성실해야 한다. 비윤리적인 투자를 삼가고 근로자를 혹사하고 저임금을 주는 나라와 거래를 자제하며 에너지 절약, 환경 보존, 자원 재활용 등 실로 광범위한 기업윤리활동을 포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수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나름대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시장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기업활동을 시장에 맡길 경우 소비자나 투자자를 속이거나 근로자를 부당하게 대우하는 등 공익을 저해할 수도 있다.
이러한 기업활동을 바로잡고 착한 기업시민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사회에 공헌하도록 함으로써 보다 아름다운 자본주의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기업의 이윤 추구가 주주뿐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가장 잘 돌본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오해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이며 이윤은 기본적으로 주주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일자리를 만들고 질 좋은 물건을 값싸게 생산할 때 기업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이혜관계자 및 사회에 올바르게 공헌하게 된다. 시장이 경쟁적이며 기업이 경영을 투명하게 한다면 법을 어기고 소비자ㆍ투자자ㆍ근로자ㆍ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을 부당하게 대우할 수는 없다.
결국 돈 잘 벌고 경쟁력 있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누가 강제하지 않더라도 이해관계자들과 스스로 좋은 관계를 지속한다. 다시 말해 돈 잘 벌고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사회공헌도 가장 잘하는 기업이다.
자본주의는 200여년 전 애덤 스미스가 설명했듯이 이기적인 기업의 이윤 추구 동기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사회적 공헌을 유도하는 것이다.
기업의 이타적 봉사나 인위적인 사회적책임보다 돈을 벌려는 이기적 동기가 사회공헌에 더 잘 기여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경제가 이만큼 발전하게 된 것도 기업의 희생과 봉사보다 이윤 추구 동기에 의해서 이뤄진 것이다. 기업이나 부자가 자발적으로 사회에 봉사하고 공헌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적책임이 기업의 이윤 동기를 대신하거나 위축시켜서는 안된다. 기업윤리나 사회적책임을 강조해서 기업에 또 하나의 준조세 부담을 주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오히려 공익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생산하고 근로자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경쟁력 있는 기업보다 더 착한 기업, 더 좋은 기업이 과연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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