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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 영화의 저력 과시한 여우주연상 수상
입력2007-05-28 17:50:08
수정
2007.05.28 17:50:08
전도연이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침체 분위기에 빠진 한국 영화계에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강수연이 20년 전 베니스영화제에서 ‘씨받이’로 같은 상을 받기는 했지만 전도연의 수상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세계 3대 영화제(베니스ㆍ베를린ㆍ칸)의 첫머리를 차지하는 칸영화제, 그것도 60년 환갑잔치에서 상을 받은 것은 한국 영화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쾌거다.
이번 수상은 이 감독이나 전도연에게 개인적으로도 잊을 수 없는 영예다. 영화 ‘밀양’은 이 감독이 문화관광부 장관으로의 외도를 마친 후 내놓은 첫 복귀작품으로 감각이 무디어졌을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를 이번 수상으로 말끔히 씻게 됐다. 전도연에게 이번 수상은 영화 데뷔 10년 만의 큰 선물이다. 앞으로 세계적인 여배우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될 것은 물론 주춤하고 있는 ‘한류’ 확산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한국 영화는 위기에 처해 있다. 한때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괴물’ 등으로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기도 했지만 반짝했을 뿐이다. 예술성 높은 작품보다 불록버스터 등의 대작에 지나치게 의존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요즘에는 외국영화에 관객을 빼앗기고 있다. 지난해 개봉된 108편의 한국 영화 중 수익을 낸 것은 10%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외화내빈’이다.
이러한 점에서 ‘밀양’의 이번 쾌거는 한국 영화가 나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꼭 대작이 아니더라도 연기와 예술성 등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언제 어디서나 높은 평가를 받게 마련이다. 한국 영화 침체가 스크린쿼터 축소 등 때문이라고 볼멘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스크린쿼터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것은 한국 영화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국 영화를 흉내내는 것보다 우리 것을 소재로 한 완성도 높은 영화를 제작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영화 ‘밀양’이나 그동안 국제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받은 영화들이 말해주고 있다. ‘밀양’의 여우주연상 수상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영화 재도약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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