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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열린 채용이 경쟁력이다


국가든, 기업이든 조직의 성패는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고 이들을 적재적소에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간단한 서류전형과 짧은 면접만으로 직원을 채용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장래성 있는 인재를 가려내는 일은 어렵고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학력ㆍ출신학교ㆍ전공 등 손쉬운 잣대로 정형화된 인재를 채용하고 있는 기업이 아직 많은 것도 사실이다.

과거의 산업 지형은 독점적 리딩 기업이 존재하고 리딩 기업을 모방하는 다수의 추종 기업들이 시장을 분점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이러한 경영환경에서는 남을 잘 따라 하는 학습능력이 중요했기 때문에 뛰어난 기억력에 의존해 주어진 문제를 그 틀 안에서 해결해나가는 인재를 필요로 했다. 그래서 '왜?'라는 의문을 갖는 것은 그리 중요한 덕목이 아니었다.

스펙보다 발전가능성·창의성으로

그러나 최근의 산업 경쟁 구도는 규모가 작더라도 뛰어난 기술력이 있다면 과거와 달리 리딩 기업과 종속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협력적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주어진 교과서의 틀에서만 답을 찾고자 하는 인재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과서의 이면을 꿰뚫어보고 사회 전체적 맥락에서 네트워크 시스템 전체의 성공을 이끌 수 있는 창의적 인재가 필요하다.

이처럼 창의성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음에도 아직도 다수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과도한 사교육, 입시 위주의 경쟁 등 과거의 낡은 틀 속에서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교과서 밖의 창의성 경쟁에서는 부모의 관심과 경제력이 반드시 유리하게 작용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독특한 경험과 교과서 밖의 다양한 지식, 넓은 인간관계를 갖춘 창의적 인재가 사회적 네트워크 속에서 조직의 발전을 이루는 데 더 적합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창의적 인재를 어떻게 구해야 할까. 과거 신분사회 속에서도 차별 없는 인재 등용을 주장했던 허균(1569~1618) 선생의 '유재론(遺才論)'을 살펴보도록 하자. 허균 선생은 하늘이 재능을 부여함은 균등한데 문벌ㆍ신분ㆍ출신 등을 사유로 인재 등용을 제한한다면 항상 인재가 모자란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한 오랑캐에 둘러싸인 작은 나라에서 널리 인재를 구하여도 흥망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이런저런 사유로 길을 막아놓고 도리어 "인재가 없다, 인재가 없다"하고 탄식만 하고 있으니 이런 사실이 이웃 나라에 알려질까 두렵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10만~20만명이 군주와 왕족을 먹여살렸던'400년 전에도 인재를 널리 등용하는 것이 이와 같이 중요했다면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명의 직원을 먹여살린다'는 오늘날, 인재 등용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경쟁 구도가 변화하였음에도 학력ㆍ학점ㆍ어학점수 등 소위 스펙으로 사람의 장래성을 재단하고 채용을 제한하는 것은 과거 문벌이나 신분에 의한 차별처럼 비합리적인 일이다.

공정한 채용은 사회통합에도 기여

최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도 KBS '꿈의 기업 스카우트-한국자산관리공사 편'을 통해 고등학생 채용을 진행하면서 열린 채용의 필요성과 효과를 더욱 절감했다. 전국의 지원자 중에서 선발된 4명의 최종결선 진출자들은 창의력과 도전정신이 반드시 교과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고 결과적으로 4명 전원이 채용됐다.

과거의 경력이나 성과 등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 발전 가능성을 공정하게 평가한다면 창의성ㆍ도전정신ㆍ협동성 있는 인재를 가릴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생존과 도약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아울러 보통 사람들이 경쟁의 결과보다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했을 때 더욱 실망하고 원망한다는 점에서 열린 채용은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주요한 수단으로서의 의미도 갖고 있다.

기업은 채용을 통해 창의성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교육 시스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인 열린 채용으로 국가경제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함으로써 사회통합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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