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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9월27일] <1201> 퀸 엘리자베스호


1938년 9월27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외곽 클라이드뱅크 조선소. 8만3,673톤짜리 여객선 퀸엘리자베스(RMS Queen Elizabeth)호의 선체가 도크를 빠져나왔다. 58년 동안 ‘세계 최대 여객선’이라는 기록을 유지한 QE호의 진수 순간이다. 막상 QE호의 첫 상업항해는 1946년 10월.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군인을 실어 날랐다. 대형 선체와 빠른 속도(최고 28.5노트)를 활용해 항공모함으로 개조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병력수송함으로 굳어진 QE호는 제 역할을 다해냈다. 당초 3,283명의 여객과 승무원이 탑승하도록 설계됐으나 한번에 1만명의 병력을 수송한 적도 있으니까. 전쟁 중 75만명의 병사를 수송했던 이 배는 전후 대서양 정기항로에 투입됐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제트기에 밀려 여객이 급감한데다 구형 엔진의 휘발유 소모가 컸던 탓이다.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대형 여객선 선상유람(크루즈) 상품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지만 누적적자에 시달린 커나드사는 1968년 미국에 배를 팔았다. 선상회의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홍콩에서 개장 공사를 받던 QE호는 1971년 화재로 침몰된 뒤 인양, 고철로 팔리기 위해 분해되며 최후를 맞았다. 여객선 QE의 이름을 물려받은 QE2호도 올 11월이면 수명을 다해 두바이 해상호텔로 개조될 예정이지만 영국은 ‘퀸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항공모함과 크루즈선을 2012년까지 취역시킬 계획이다. 여객선 QE호가 가진 최대 여객선 기록은 1996년 10만톤급 크루즈선 등장으로 깨진 이래 숨가쁘게 경신되고 있다. 내년 말이면 22만톤짜리 크루즈 ‘오아시스’호가 선보일 예정이다. 호화 여객선 분야는 우리 조선산업이 붙잡아야 할 마지막 미개척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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