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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값까지 급락하자… 투자자, 상품서 발빼고 달러 확보 열 올려

돈 안전자산으로 급속 이동<br>세계경기 둔화 우려에 상품 투매 "金값 1300弗대 폭락" 전망도<br>佛 은행 등 金 팔아 자금 늘리고 FRB선 유동성 풀 계획 없어 달러화 쏠림 현상은 심화될 듯


"금에서 시작된 '패닉 매도(panic selling)'가 원유와 기초금속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 소재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에서 상품자산 운용을 담당하는 닉 존슨의 설명이다. 지난 8~9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열린 지 일주일 만에 유로존 위기가 재연되고 세계경기 둔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상품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3개월 전까지만 해도 1,900달러를 웃돌며 천정부지로 치솟던 금값이 5% 가까운 낙폭을 보이며 1,600달러를 뚫고 내려가는 등 14일 상품가격이 일제히 곤두박질치자 투자자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기와 함께 상품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장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존슨은 "세계 중앙은행들이 유럽 위기 타개를 위해 충분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실망감에 상품시장에서 투매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유동성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15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금값을 비롯해 원유ㆍ면화ㆍ기초금속 등에 이르기까지 국제상품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는 유럽의 채무위기와 그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무엇보다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래디션 에너지의 시장조사 담당 애디슨 암스트롱은 "최근의 상품시장 동향은 단지 글로벌 성장세의 둔화를 넘어 유로존의 디폴트 가능성이라는 진정한 두려움과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위기로 세계경제의 불안감에 다시 불이 붙자 헤지펀드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리스크 부담이 큰 상품시장에서 발을 빼 차익을 실현하고 전세계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달러화(현금)를 확보하기에 여념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달러화는 14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1유로당 1.2973달러를 기록해 1월12일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1.3달러를 밑도는 초강세를 나타냈다. 엔화에 대해서도 달러당 78엔대에 진입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시카고 소재 클리어트레이드 커머더티즈의 스콧 조스 대표는 "내년 1ㆍ4분기까지는 달러화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이는 원자재 시장에 더 큰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안 달러화를 대신하는 투자처로 각광 받던 금값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것도 유럽발 신용경색에 대한 불안감 앞에 "금보다는 현금"이라는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금값은 9월6일 기록한 온스당 1,923.70달러의 고점 대비 18% 하락한 상태다. 금 전문가인 도시마 이쓰오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을 통해 "프랑스ㆍ이탈리아 은행 사이에서 보유한 금을 리스시장에 내놓고 달러화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시장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럽 구제금융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한 금을 내다팔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로 달러화를 풀 가능성을 전혀 언급하지 않자 달러화 확보가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에서 투자자들의 달러화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렇게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달러표시로 거래되는 금이나 원유 등 국제상품은 한층 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근에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경제국의 성장속도마저 둔화하기 시작하면서 신흥국 수요가 상품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도 희석되고 있다. 때문에 중장기적인 원자재 값 상승에 대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유럽발 악재가 국제상품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티펠 니콜라우스의 데이브 루츠 상장지수펀드(ETF)투자전략 책임자는 "금값이 내년 1월에는 온스당 1,400달러까지 주저앉을 수 있다" 고 전망했다. 도시마는 향후 3개월의 금값 하한선을 1,500달러로 전망하면서도 "국제신용평가사가 프랑스의 AAA 등급을 낮추는 등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1,300달러까지 폭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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