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83ㆍ85는 검토실의 백대현 6단이 예측한 그대로였다. 막상 흑85가 놓이고 보니 상변의 흑진도 여간 큰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거의 시간을 쓰지 않던 이세돌이 여기서 10분을 썼다. 형세 판단을 하는 것이었다. 이윽고 백86을 선수로 두고 이세돌은 묘한 곳에 뒀다. 백88로 다가선 이 수. 흑더러 상변을 한 수 더 손질하라는 엄포의 수였다.
"대국심리상 곱게 받아주기는 싫은 장면입니다."(백대현) "그대로 받아주는 게 정수 아닐까."(서능욱)
참고도1의 흑1로 단속하면 상변의 흑진은 완전무결하게 굳어진다. 그러나 백에 2 이하 4의 끝내기를 당하고 6까지 허용하고 나면 과연 이 바둑을 흑이 이길 수 있을까.
기세를 중요하게 여기는 강동윤이 반발할 궁리를 한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상변의 백 한 점은 준동을 해봤자 별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우변의 백대마가 아직 미생인 마당인데 백이 상변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기리에도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강동윤은 반상 최대의 끝내기인 흑89를 선점하기로 결심을 했다. 이 결심이 패착일 줄이야.
반발할 궁리를 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흑89는 정답이 아니었다. 참고도2의 흑1로 역습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백2면 흑3으로 우변 백대마를 공격해 흑이 유망한 바둑이었다. 실전은 백92 이하로 틀어막혀 흑이 기분 나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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