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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삼성전자가 나아가야 할 길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지난 20년 사이 삼성전자는 두 번의 전환점을 맞았다.

첫 번째는 1996년.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윈도가 본격 보급되면서 반도체 가격이 급등했다. 1995년에 4메가 D램 반도체 하나가 48달러를 호가할 정도였다. 그 해 삼성전자도 호황을 누려 우리 기업으로는 처음 연간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1996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반전됐다. 반도체가 공급과잉에 빠지면서 가격이 90% 넘게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이익이 계속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그룹 차원에서 자동차산업을 시작했는데 이익이 줄면서 이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1999년에는 외부환경이 변하면서 위기로부터의 탈출이 이뤄졌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정보기술(IT)붐이 일었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된 휴대폰과 인터넷이 반도체 수요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

스마트폰·반도체 성장 한계에 위기

두 번째는 2006~2010년. 애니콜로 대표되는 고가 피처폰의 보급이 마무리되면서 이익이 줄기 시작했다. 한때 분기당 4조원에 육박하던 이익이 휴대폰과 반도체가 동시에 불황에 시달릴 때는 적자를 겨우 면할 정도로 줄었다.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다. 고가 피처폰 수요가 일단락되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저가폰 공급이 증가했지만 삼성전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종합주가지수가 1,400에서 2,000까지 올라가는 동안 삼성전자는 60만원대에 3년 넘게 묶여 있을 정도로 주식시장에서 홀대를 받았다. 스마트폰을 통해 돌파구가 마련됐다. 애플에서 아이폰이 나오자 삼성전자는 갤럭시로 대응했고 이런 적응력 덕분에 연간 영업이익을 40조원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 이익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을 때 최악의 경우 이익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그런 상황이 왔다. 우리 기업의 발전전략은 선진국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제품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보급될 때 빠르게 따라잡는 '캐치업(catch-up)'을 기본으로 한다. 이 전략이 통하려면 선진국에서 먼저 성장산업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마땅한 대상이 없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당분간 스마트폰과 반도체를 축으로 회사를 꾸려나가야 한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익 증가에 따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앞으로 이익은 4조원 안팎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이익까지는 특수에 따른 비정상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이 부분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가 이번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는 과거를 돌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외부수요 증가가 두 번의 위기를 돌파한 직접적 계기였지만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면 이뤄지기 힘든 성과였다. 긍정적 변화가 다른 기업들에도 주어졌는데 삼성전자만 유독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어려운 가운데서도 경쟁력을 키워온 결과다. 반도체는 수율을 높이기 위해, 휴대폰은 새로운 고급 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언제 시장이 만들어질지, 시장이 만들어지더라도 수익성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부분에 의지해 전략을 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교우위를 가진 부분에 전력투구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IT 미래 대비해 경쟁력 강화 노력을

150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다 생산적인 부분에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환위기 이후 '주주우선 경영'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주주에 대한 보상으로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든지 배당률을 높이는 전략이 주로 이용됐는데 삼성전자는 그 선두에 섰던 기업 중 하나였다. 외환위기 이전까지 우리 기업들이 주주가치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데 비하면 긍정적인 변화임이 분명하지만 올바른 선택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그 자금을 생산성 높은 곳에 투자해 주가상승으로 주주에게 되돌려줬다면 나라 경제에도 더 도움이 됐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런 기반이 확보된 후 미래산업에 힘을 쏟아야 한다. IT는 변화가 빠른 산업이다. 선도적으로 기술을 개발해낼 수 없다면 그 기술이 시장화될 때 빠르게 따라 잡을 수 있는 능력이라도 있어야 한다. 이는 미래에 대한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스마트폰 이후 세계 IT업계를 좌우할 제품이 보이지 않는 지금이 미래에 대비해 투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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