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지하철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6번 출구에서 1번 출구로 가는 길. 평소라면 가족단위 나들이객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전국을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탓에 오가는 사람들의 수는 평소보다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 김 모씨의 목소리에는 희망이 섞여 있었다. 김 씨는 "오가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면서 "젊은 연인 단위 나들이객이 많이 눈에 띈다"고 전했다.
지난달 20일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메르스 공포'에 빠졌던 시민들이 평상심을 되찾아가고 있다. 메르스의 맹위에도 불구하고 위생수칙만 제대로 따르면 예방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극단적인 공포에서 벗어나 진정 국면을 맞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서울시내 주요 지역에는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모여들어 생기를 불어넣는 모양새다.
14일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어린이대공원에 2만6,811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메르스가 본격적인 맹위를 떨치기 전인 지난달 30일(8만 1,913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적지만 메르스 공포가 주말을 뒤집어 삼킨 지난 6일(1만9,854명)보다 35% 가량 늘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시내 곳곳에서 감지됐다. 특히 내수와 직결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여줬다. 홈플러스 합정점에서 식품코너를 관리하는 박경선 씨는 "지난 주말(5~6일)에는 매장에 손님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주말(13일)에는 방문고객이 확실히 늘어났다"며 "특히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많다"고 귀띔했다.
대형마트에 식료품을 사러왔다는 김현정(37)씨는 메르스가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는 마음은 있지만 이제 익숙해진 것인지, 조심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지난주만큼 겁이 나진 않는다"고 답했다.
상암동의 한 극장에서 만난 호민태(23)씨는 "지난주에는 각종 유언비어로 외출하기가 겁나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도 취소했지만 이번 주에는 개인위생 관리만 잘하면 문제가 없다고 해서 나왔다"며 "젊고 건강해서 메르스에 걸린다고 한들 낫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특히 홍대 등 젊은 층이 모이는 곳은 메르스 공포를 잊은 게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홍대의 한 의류 매장에서 만난 민유정(33)씨는 "메르스로 다른 곳은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홍대에 오니 메르스는 딴 세상 이야기 같다"며 몰려든 인파에 놀라워했다.
여행업계의 상황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1만 6,750명에 육박했던 방한 외국인 예약취소 사례는 10일을 정점으로 지난 11일 1만 850명, 12일 4,800명으로 급속히 줄었다.
이에 따라 희망적인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경아 한국방문위원회 사무국장은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을 이유로 여행을 취소하는 것은 영구 취소보다는 연기로 봐야 한다"며 "메르스 공포가 진정되면 방문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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