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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오카방고의 분홍 펠리컨

사막 한가운데 생긴 삼각주에 바닷가 철새 분홍 펠리컨 살 듯 시장에 돈 돌아야 경제도 살아

비정규직 양산·노후 빈곤 해결해 고루 잘사는 생태계 조성 힘써야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펠리컨은 바닷가에 서식하는 철새다. 놀랍게도 아프리카 사막 한가운데에 사는 펠리컨이 있다. 아프리카 칼라하리사막의 오카방고 삼각주에 사는 분홍 펠리컨이다.

삼각주는 강이 바다로 들어가는 어귀에 모래가 쌓여 생기는데 사막 한가운데 삼각주가 형성됐다. 오카방고 강물이 사막에 막혀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남서부의 앙골라고원의 우기인 1월에 집중적으로 내린 큰비는 1,600㎞에 달하는 오카방고 강을 따라 흐르다가 칼라하리사막을 만나 1만8,000㎢에 달하는 광활한 오카방고 습지를 형성했다. 이것이 오카방고 삼각주다.

오카방고 삼각주는 아프리카에서 손꼽힐 정도로 다양한 생명체가 모여 살아 칼라하리의 보석이라 불린다. 강과 습지에 수초와 풀, 숲이 우거지니 물고기들이 살게 되고 물고기를 잡아먹는 갖가지 새들이 몰려들었다. 습지에 모여든 수만마리의 플라밍고는 장관을 이룬다. 누·영양·얼룩말·물소와 하마, 악어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을 잡아먹고 사는 사자와 치타, 들개들이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생겨났다. 심지어 코끼리도 살고 바다에나 사는 분홍 펠리컨도 왔다. 그래서 분홍 펠리컨은 오카방고의 다양한 생태계를 상징한다.

물은 생명이다. 오카방고에 물이 흘러들어야 생태계가 살아나듯이 시장에 돈이 돌아야 경제생태계도 살아난다. 서민들의 주머니가 넉넉해져야 물건과 서비스를 사게 되고 소매와 영세상인이 살아난다. 이들이 살아나야 도매와 중견기업이 살아난다. 이들 없이는 대기업도 존재할 수 없다. 정글에 사자만 살 수 없듯이 대기업만으로 경제를 꾸려갈 수 없다. 주변 생태계에 먹이가 풍부하고 안전해야 번식을 하듯이 젊은이들이 취업을 하고 미래가 보여야 가정을 이루고 출산을 할 것이다. 골고루 잘사는 경제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시장은 그런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분배는 악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중산층의 비중은 1990년 75%에서 20년 만인 2012년에 65%로 내려앉았다. 상대빈곤율(가처분소득 기준)은 1990년 7%에서 2012년 12%로 증가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 경제는 수출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일자리 증가가 더뎌졌고 내수 시장이 침체됐다. 세계적인 경제위기까지 겹쳐 경제침체가 악화됐다. 갈수록 대졸 청년이 일할 곳은 줄어들었다. 대신 저부가가치 일자리만 양산돼 고령자와 여성이 저임금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양산으로 임금이 싼 비정규직 중심의 고용이 증가해왔다. 조기퇴직한 수많은 근로자들이 창업과 실패를 거듭한 끝에 저임금 일자리를 찾아 헤맨다. 저축은 꿈도 못 꾸고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들을 받쳐줄 사회안전망은 미숙하다. 노후 빈곤에 시달리고 질병에 걸리면 헤어날 길이 없다. 벼랑 끝에 몰리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 모든 것들이 성장을 위해 감수해야 할 고통이어야 했는가. 길고 긴 고통을 참았는데 성장은 좀체 회복되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오카방고에 수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물이 사라지면 생태계도 사라진다. 아름다운 분홍 펠리컨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 오카방고의 비극이 시작되고 있다. 오카방고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 물을 대야 하듯이 우리의 경제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 물을 대야 한다. 그것이 창조경제든 규제혁파든 분배든 무엇이든 해야 한다. 나는 분홍 펠리컨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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