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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펀딩' 법제화 서둘러라

소액 투자자 모아 자금 확보 예술 창작 양극화 해소 대안<br>후원금 집행 안전장치 갖춰 원활한 자금 수혈 유도해야

지난해 말 개봉해 관객 300만명을 모은 영화 '26년'. 개봉 전만 해도 관객 100만명을 넘길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지만 결국 손익분기점(200만명)을 가뿐히 넘겼다.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 나오는 9,402개의 이름은 크라우드펀딩 모임인 '제작두레' 회원들의 것이다.

크라우드펀딩은 인터넷을 통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소규모 후원이나 투자를 유치해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지역ㆍ계층 간 문화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문화융성의 1단계라면 예술가들이 자신의 능력을 맘껏 펼치는 창작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그 다음 단계다. 그런 맥락에서 예술가들이 창작과정에서 자금수혈을 원활하게 받을 수 있는 환경조성은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다.

영화나 공연ㆍ미술 분야에서의 재정적 지원은 현재 기금이나 국고 등 공적 지원에 의존하거나 대기업이나 창업투자회사의 투자, 혹은 창작자 개인의 경제력에 좌우되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공적 지원이나 창투회사의 줄을 잡기도 쉽지 있다. 특히 실험적이거나 예술성이 강조된 작품들은 자금확보가 하늘의 별 따기다. 문화계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크라우드펀딩을 꼽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보인 '예술나눔포털'을 비롯해 텀블벅ㆍ펀듀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만 20여개의 크라우드펀딩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을 가로막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펀딩을 통해 조성된 후원금이 당초 목적한 곳에 제대로 집행되지 않거나 후원금을 수령한 후 펀딩 주체가 프로젝트를 실행하지 않았을 경우 제재수단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구속력을 가지고 있는 법적 근거나 규정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행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부금품 모집금액이 1,000만원을 넘을 때는 정부기관에 사전 등록해야 하지만 문화예술 분야의 상당수 크라우드펀딩은 1,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또 일부 업체는 목표금액 달성시 일정 정도를 수수료로 가져가는데 이럴 경우 기부형으로 분류되지 않아 관련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그만큼 크라우드펀딩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문화시장 특성에 맞게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개선하고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친 규제는 그나마 '가뭄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자금수혈마저 막을 수도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월 정부가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과 함께 크라우드펀딩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논란 속에 언제 국회를 통과할지 모른다.

예술나눔포털의 강보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과장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자금조달은 기존 공적 기금 지원체제보다 훨씬 능동적인 자금마련 방식"이라며 "문화예술 분야는 전반적으로 재정상황이 열악한 만큼 제대로 된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잘 갖춰 창작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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