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ㆍ사진) 중국 총리가 중국의 최대 국정 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정치협상회의(정협) 등 양회(兩會)를 앞두고 보다 과감한 금융개혁과 구조조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는 지난달 27일 ‘민주화와 정치개혁 보다는 경제발전이 시급하다’는 주장에 이은 것이어서 원 총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 총리는 1일 중국 공산당이 발행하는 치우스((求是)라는 잡지에 ‘금융개혁의 전면적인 심화와 금융업의 지속적이고도 건강하고 안전한 발전’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경제가 발전하면서 날로 다양화되는 금융수요에 금융부문이 대응해야 하며 금융 구조조정과 국유은행 개혁을 가속화하고 도시와 농촌ㆍ지역별 편차를 줄이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개 부문으로 구성된 이번 메시지의 포인트는 부실 은행인 농업은행의 구조조정으로 모아진다. 그는 금융개혁의 주요 현안으로 농촌금융개혁과 농촌금융시스템의 보완을 지목했다. 농업은행에 대한 개혁 윤곽을 전인대에서 도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의 4대 은행 중 하나인 농업은행은 대출을 해주고도 이자를 받지 못하는 무수익여신이 전체 대출이 24%에 이르는 등 부실덩어리로 중국 금융개혁의 최대 난제로 꼽혀왔다. 농업은행의 부실은 공상은행(ICBC)과 중국은행(BOC), 건설은행(CCB) 등 ‘빅4 은행’ 가운데 농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3개가 구조조정을 끝내고 지난해 기업공개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것과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농업은행의 개혁방향으로 ‘선 재무구조 개선 후 기업공개’라는 밑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 총리의 이 같은 메시지가 농촌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는 보수층 저항의 예봉을 꺾기 위한 ‘군불 때기’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농업은행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9,000억위안(약 109조원)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과정에서 절대 빈곤층인 농민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보수층은 농업은행 개혁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앞서 설파한 이른바 ‘사회주의 초급단계론’, 즉 정치 개혁보다는 경제성장을 통한 민생 해결이 우선이라는 흐름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정치적 논리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인 셈이다. 원 총리는 이에 따라 “이 같은 임무를 완성하기 위해 금융업무를 담당하는 영도자들이 긴박감을 갖고 현안에 대응해야 한다”며 개혁작업에 매진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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