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의 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세계 2위 농기계 업체인 CNH인더스트리얼은 지난해 4·4분기 매출이 4.2%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상은 남미 지역 통화가치 하락 때문에 1% 줄었다고 밝혔다. 브라질 시장이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은 상황에서 헤알화 하락이 유로나 달러 기준으로 계산한 현지 매출 감소로 직결됐다는 것이다. 리처드 토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남미 지역 실적이 매우 좋았지만 다시 불거진 환율 문제 때문에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3일 기준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2.1% 하락했고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무려 18.6% 떨어졌다. 이러한 통화가치 급락이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직결되면서 다국적 기업들의 남미 지역 매출을 끌어내리고 있다.
미국 사무용품 회사 3M도 남미 통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타격을 입었다. 3M은 베네수엘라에서 전년 대비 매출이 줄면서 지난해 4·4분기 매출이 기대치에 못 미쳤다. 이 때문에 3M은 지난주 시장 전문가들과의 전화 회의에서 베네수엘라의 현재 상황에 대한 질문에 시달렸다. 데이비드 멀린 3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지에서 외환 관련 위험 노출을 최소화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스웨덴 가전제품 업체 일렉트로룩스는 브라질 헤알화의 하락으로 4·4분기 매출이 줄었다고 밝혔으며 회사 매출 25% 이상을 브라질에 의존하는 미국 가전업체 월풀 역시 지난해 남미 지역 매출이 0.5% 줄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남미 국가들의 상황이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WSJ는 "브라질·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 등이 급격한 물가불안과 통화가치 하락으로 고생하는 반면 멕시코·칠레·페루 등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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