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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 정의화 국회의장

대통령·총리 분권형 개헌 필요… 적용은 '차차기'부터 해야



정의화 국회의장은 사진작가다. 고등학교 때 사진에 입문해 대학(부산대 의대) 때는 학보사 사진기자도 했다. 대학 사진동아리 활동 시절 정 의장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국회의장실

중대선거구·석패율제 등 도입으로 화합정치 모색을

우리 시대의 대통령像 '평범함 속 비범함' 갖춘 인물

나의 큰 꿈은 통일… 대선 출마여부는 하늘이 결정할 일


정의화(사진) 국회의장은 뇌수술 3,000여건, 허리 척추수술 2,000건 정도를 직접 집도한 신경외과 전문의 출신이다. 그래서 한반도 분단을 허리 잘린 인간의 몸으로 비유한다. 그만큼 분단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 통일에 대한 염원이 절절하다. 정 의장은 "큰 꿈은 한반도 통일"이라며 "적어도 건강하게 살아 있는 동안에 한국·중국같이 개방돼 서로 교류·투자·왕래·경제통합이 되는 모습까지만이라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장은 "대선 (출마) 이야기는 하늘이 결정하는 것이고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우리 시대가 원하는 대통령상으로는 '평범함 속의 비범함'을 갖춘 인물이라고 답했다. 그는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지금부터 논의하더라도 19대 국회에서 결론이 내려지지 않으면 20대 국회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차기 대선(2017년) 전까지 개헌을 마무리해 차차기 대선(2022년)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권력구조 이외의 개헌 이슈는 합의가 이뤄지면 즉시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헌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국회에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하거나 헌법재판소의 국회의원 선거구 인구편차를 2대1 이내로 줄이라는 결정에 맞춰 선거구제 재획정 등을 위해 1월 중 국회에 구성될 정치개혁특위의 한 분과로 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의장은 사표방지와 연정 수준의 화합정치를 위해 현행 소선거구제의 중·대선거구제 전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석패율제(지역구에서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당제와 연정 실험을 통해 대통령과 총리가 각각 외치와 내치를 담당하는 분권형 권력구조로 개헌하자는 것이다. 다음은 지난해 12월29일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가진 정 의장과의 일문일답.

-개헌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개헌은 필요하다고 본다. 제일 문제되는 게 권력구조인데 사실 모든 제도는 장단점이 있다. (대통령) 5년 단임의 문제가 있고 통일을 앞두고 통일을 수용할 수 있는 내용들, 예를 들면 양원제, 정·부통령제, 4년 중임제 등과 같이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3년 후(19대 대선)에 (적용) 한다고 논의를 하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걱정하는 블랙홀의 성격을 지닐 수 있다. 개헌 결정이 되더라도 차차기(20대 대선)부터 적용해야 하는 것이 일관된 철학이다. 다음 대선부터 적용하면 안 된다. (지금부터) 논의를 해서 결정이 되면 좋고, 결정이 안 돼도 이를 바탕으로 다음 20대 국회에서 대통령선거 전에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권력구조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합의가 되면 그대로 바꿔야 한다. 지금 얼마나 지방분권 문제, 교육·문화·사회가 많이 바뀌었나. 우리 사회가 엄청 바뀐 것에 걸맞은 쪽으로 개헌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선호하는 권력구조는?

△분권형이 맞다고 본다. 우리의 특수성을 감안해 국민이 직선해서 뽑아야 하고 직선해서 뽑은 대통령은 4년 중임도 좋다. 그 대통령에게 나라를 대표하고 외교·안보·국방·통일을 맡도록 하되 의회해산권을 줘야 하는지의 여부는 (봐야 한다). 국회에는 대통령탄핵권을 주고 대통령에게는 의회해산권을 주는, 아마 그런 것까지는 심도 있게 전문가들과 논의를 해봐야 한다. 실질적으로 안살림은 내각에 맡기는 것이다.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을 맞은 올해 남북관계 개선이 이뤄질지가 관심이다. 남북국회회담 추진은 어떻게 되나.

△정부와 조율을 좀 해가면서 진행해야 한다. 사람을 지칭하거나 이런 것을 안하려고 한다. 카운터파트로 최태복(최고인민회의 의장·당 비서), 김영남 둘 중 한 명을 만나는 것을 검토해 봐야 한다. 설날 전 (북한에) 제안을 하는데 통일부를 통해, 판문점을 통해 가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밸런스를 맞춰줄 필요가 있다.

-통일 문제에 왜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갖게 됐는지.

△그것은 사실 운명 같다. 저는 의학을 한 사람이다. 한반도를 인간의 몸으로 생각한다면 허리가 잘려 있고 반신불수 상태이다. 의학적으로는 온전하게 만들기 어렵지만 우리는 통일을 통해 치유할 수 있다. 아마 거기서 출발한 것 같다. 분단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아무리 잘살아본들 한계가 있다. 언제든지 하루아침에 '호박씨 까서 톡 털어먹는다'는 말처럼 망가질 수 있다.

-의장님의 큰 꿈과 비전은?

△큰 꿈은 대한민국, 한반도가 제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기간 내에 통일이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꿈은 없다. 대선 (출마)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것은 하늘이 결정하는 것이고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죽기 전에, 건강하게 있는 동안에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 최소한 통일이 안 되더라도 한국과 중국같이 개방돼 서로 교류·투자·왕래가 되면 경제통합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까지만이라도 보고 싶다. 이것이 내가 가진 소원이고, 의장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의장이 끝난 뒤에는 본업인 의사로 돌아가 북한에 병원을 만들어 지원할 것이다.

-최근 박 대통령에게 소통이 잘 안 된다고 지적했는데.

△언론에서 그렇게 쓴 것이다.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중국·미얀마·호주를 방문하고 아마 일주일가량 걸려 돌아오셨는데 과거의 예를 보면 3부 또는 5부 요인을 모셔 청와대에서 티타임을 하면서 얘기를 해줬다. 국민이 보기에도 좋지 않은가. 그런데 국회의장이 신문을 보고 내용을 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런 일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전화도 해주시고, 또 예를 들면 예산안이 제때 통과되면 그 다음날 전화해서 "고맙다"고 서로 예도 갖추는 것, 그게 대통령의 국회에 대한 예라고 본다.

-대통령은 원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시대의 요구가 필요하다. 우리 시대가 원하는 대통령상이라든지,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제 희망은 평범함 속에서 비범한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비범하다는 것이 특출난 것보다는 평범함 속에서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 애국심이 투철해야 한다. 국가에 대한 사랑이 깊어야 하고 국민에 대한 사랑이 같이 가야 한다.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이어야 한다. 화합하고 통합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그러한 덕목을 갖춘 사람이라면 좋겠다. 특출난 사람이라고 해서 특별한 환경에서 자란 게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90~95%가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어떻게 보면 평범하다고 볼 수 없다. 12·12 쿠데타의 멤버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평범하다고 보기 어렵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겠지만 민주화 투쟁이라든지, 하나의 틀 속에서 투쟁하다 보니 다른 여러 가지는…. 지금은 복합·다양한 사회인데 평범한 가운데 비범함이 필요하다.

-이 시대를 반영하는 말인가?

△지금 대통령은 논외로 해야 하는 것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좀 특별했다. MB(이명박 전 대통령)도 어떻게 보면 특별하다. 제가 말하는 것은 상당히 교과서적인 이야기이다. 과거에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읽은 기억이 나는데 평범함 속에서 성장해 비범한 사람이 리더가 되면 좋다고 하더라. 내가 말한 비범은 다양한 시대, 대한민국 한반도가 처한 국제적 상황을 봤을 때 적응할 수 있는 것(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삶의 좌표나 중심으로 삼는 것이 궁금하다.

△정직·성실·박애다. 죽으면 썩을 몸이니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열심히, 성실하게 사는 것이다. 깊은 생각과 어떤 신념을 가지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여유가 생기면 박애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 헌법 119조에는 '경제의 민주화'라고 돼 있는데 재벌 독점체제라든지, 우리가 보면 시장경제 자본주의라고 그러지만 사실은 강자의 논리가 판을 친다. 그것이 사회 모든 분야에 영향을 주지만 특히 경제만 본다면 결국 가진 자, 그중에서 재벌이나 중견기업이 세대를 내려가면서 (시장을) 싹쓸이하는 것도 있다.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런 법을 만들기 전에 저절로 그렇게 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양극화가 심화될 것인데 그것을 막아야 한다. 사회민주주의 연구를 많이 한 사람은 아니지만 복지 부문에 있어서는 DJ가 얘기하듯이 생산적 복지, 쉽게 말하면 패자부활이 가능하면서 담을 넘어가는 사다리를 곳곳에 걸어주는 그런 사회가 내가 생각하는 '경제의 민주화'이다. 기회를 어떤 방법으로라도 만들어줘야 하는데 가진 사람들이 박애정신을 갖고 하지 않으면 본인들도 무너지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베네수엘라나 콜롬비아에 가보면 빈부격차가 엄청난데 부자들도 밖에 나가면 불안하지 않나.



-마지막으로 예결위 상설화와 국회 선진화법 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예결위가 상시화(12개월 동안)돼야 하지만 상설화는 맞지 않다. 예결위가 상설화되면 모든 국회의원이 다 예결위 소속이 되려고 할 것이다. 상임위의 예·결산 심사가 무력화될 수 있다. 상시화해서 연중 결산할 것은 철저하게 하고 예산 심의기간도 늘려야 한다. 선진화법 자체는 되돌려야 한다고 보지만 그 자체를 전면 개정하는 것은 60%가 찬성해야 돼 불가능하다. 가장 큰 문제가 소수당이 집권당의 꼬리를 잡고 흔들어버리면 몸체가 나아가지 못하는 꼴인데 이를 보완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별로 쟁점도 없는 법안이 통과가 안 되는 것은 문제가 크다.

"삶·가치 담기 매력" 사진 찍는 정치인

■ 정 의장은

고광본 기자

정의화 의장은 의장실에 들어서자 벽에 걸려 있는 소나무 군락 사진을 가리키며 "내가 찍은 것입니다. 나도 사진작가입니다. 사진 전시회도 하고 그랬어요"라며 웃었다. 정 의장은 사진 전문가다. 틈 나는 대로 사진을 찍는다. 지난 2011년 국회 국방위에서 백령도의 해병대 5연대로 국정감사를 갔을 때도 당시 국방위원이던 정 의장이 국감 휴식시간에 여기저기 셔터를 눌러대던 것을 볼 수 있었다.

정 의장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삶의 순간을 포착하고 삶의 기록이 되는 사진예술에 묘미를 느껴 푹 빠졌다고 한다. 대학 시절 학보사 사진기자도 했고 정치에 몸담고서도 꾸준히 사진을 찍고 전시도 해서 '사진 찍는 정치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정 의장은 "사진은 인간의 삶과 그 가치를 담을 수 있고 그것을 다른 많은 사람에게도 전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 의장은 워낙 일을 좋아해 주말이나 휴일에도 많은 일정을 소화한다. 주중에는 국회에 전념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짬이 날 때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직접 쌍방향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



"北 30곳에 30병상 병원 건설… 통일후 종합병원 키우고 싶어"

■ 정 의장의 '30·30 종자병원 꿈'

고광본 기자

"제 목표가 30·30 종자병원(seed hospital)입니다. 북한의 도시 30곳에 각각 하나씩 30병상의 소규모 종자병원을 만드는 것이죠."

정의화 국회의장은 "남북관계가 풀리면 북한 곳곳에 '종자병원'을 지어 나중에 북측 경제사정이나 전기사정이 좋아지고 통일이 되면 종합병원으로 클 수 있게 씨를 뿌리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종자병원은 1,653㎡(500평) 정도로 소규모로 만들어 남북 의료인력이 같이 간단한 맹장수술이나 척추수술을 2~3시간 정도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신경외과 전문의 출신인 정 의장이 이런 아이디어를 품게 되기까지 부친과 장인·장모의 영향이 크다는 게 그의 말이다. 정 의장은 "장인이 평양, 장모가 평북 의주 출신인데 장인의 조부께서 1910년대 '봉생의원'이라는 병원을 했고 백마 타고 다니며 왕진도 했다"며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북한에 병원 하나 만들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공언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부친 역시 정 의장에게 "의대에 가야 한다"고 종용했다고 한다. 정 의장은 "독일도 사회복지에 가장 많은 통일비용이 들어갔었다"며 "종자병원은 슈바이처적(的)인 생각인데 통일에 작은 밀알이 될 수 있고 통일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 의장은 열악한 북한 의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2006년 6월 사비 1억원을 출연해 남북의료협력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2010년 남북 교류협력을 금지한 5·24조치 이전에 5차례에 걸쳐 필수 의약품과 수해피해 복구 의약품 지원, 인플루엔자·A형간염·소아마비 예방 백신 제공 등 80억원에 달하는 대북 의료지원을 했다.

정 의장은 "뇌수술 3,000여명, 척추수술 2,000명 정도를 제가 직접 집도했는데 뇌종양·뇌출혈 등 뇌수술을 하려면 구멍을 내야 하고 수술기구가 들락거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시대의 신경외과 의사로서 (남북의) 통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약력 △1948년 부산 △부산고·부산대 의학과 학·석·박사 △김원묵기념봉생병원 병원장 △15~19대 5선 국회의원(부산 중구·동구)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국방위원·외교통상통일위원·외교통일위원 △한나라당 지역화합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 △국회 재정경제위원장 △남북의료협력재단 이사장 △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조직위원회 위원장 △18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 △세계스카우트의원연맹 총재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대담=안의식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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