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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칼럼] 다빈치 프로젝트

지난해 연말 우연히 모 방송사에서 스폐셜로 소개되는 ‘다빈치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화되는 미래 환경을 적극 수용하는 창의적인 인재육성을 위해 최근 도입된 유럽의 교육현장과 사회적 노력을 소개하고 있었다. 어린 학생들이 미술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인성교육을 받고 물레방아가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탄생되며 예술가가 로봇디자인 작업에 참여하는 등 예술이 실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소위 ‘르네상스형 인간’의 전형으로 알려져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현대의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인재상일 지 모른다.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머금은 ‘모나리자’를 그린 화가였으며 현대의 헬리콥터나 기관총, 탱크의 원형을 디자인하기도 했던 과학자이자 발명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의 예술성과 창의력은 그가 살던 500년 전 이탈리아보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더 필요하기에 그의 업적은 지금도 신선한 느낌으로 우리 마음에 다가온다. 다빈치 프로젝트는 과학과 예술은 ‘창의력’이라는 필수영양분을 공통으로 필요로 한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창의성 없는 과학자는 훌륭한 연구를 해낼 수 없고 창의력 없는 예술가는 불후의 명작을 남기지 못한다. 창조적인 인재를 키워내고 창의력이 존중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을 키우고 풍요로운 삶을 이루는 근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과학과 예술의 공통점을 인지하고 두 분야간의 상호협력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예술가들이 연구소에 상주하면서 과학자와의 교류를 통해 과학발전의 사회적 의미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전시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과학기술부와 문화관광부가 업무협력합의서(MOU)를 교환하면서 양 부처간의 상호협력을 약속했다. 또 21세기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등장하는 문화기술(CT)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할 문화기술대학원이 지난해 9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개원했다. 생각해보면 경계를 넘나드는 창의성을 가진 인재의 표상이 서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18세기 말 조선 후기의 실학자요, 사상가인 다산 정약용은 문학ㆍ예술 방면에도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잘 알려져 있다. 다산은 사진기술에도 조예가 깊어 ‘카메라옵스큐라’라는 기구에 ‘칠실파려안’이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우리식 이름을 붙이고 그 원리를 학문의 방법론에 적용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현재 북극에 설치돼 있는 우리나라 극지연구소가 그의 호를 딴 ‘북극 다산기지’로 명명된 것도 그의 과학적 선구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나갈 창의적인 인재는 결코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 창의적인 인재는 경계를 넘나드는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다빈치 프로젝트 다큐멘터리를 보면 어린 청소년들이 미술관 유리벽에 손가락 도장을 찍으며 하나의 설치작품에 참여하는 장면이 나온다. 작은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유리창에 하나의 점을 찍음으로써 본인은 공동체적인 예술작업의 일부가 된다는 기쁨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빛과 색과 유리의 조화라는 감성교육이 이뤄지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 예술가ㆍ과학자ㆍ교육자들이 함께 모여 즐기면서 재미있게 새로운 경험을 통해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때가 아닌가 한다. 너무 늦지 않게 지금이라도 선진 한국의 풍요로운 미래를 견인할 창의적인 인재육성을 위해 ‘정약용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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