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입장표명을 압박하는 등 박 전 대표 견제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오는 20일 자신이 대표 발의한 사회보장기본법 전면 개정안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정책 알리기에 나서기로 한 데 이어 새해 초 대권행보에 시동을 걸 예정이다. 그러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복지예산이 빠진 예산안 날치기에 입장 표명부터 하라'고 요구하며 지난 8월21일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 회동 이후 민감한 현안에 언급을 자제하는 등 이 대통령과 '데탕트'에 주력해온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정가에서는 박 전 대표가 복지를 화두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조짐을 보이자 야권이 견제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박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박근혜표 복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가) 최소한 이번 예산안 날치기에서 복지예산이 어떻게 됐는지를 함께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 전 대표는 날치기로 그 많은 복지 예산이 완전히 삭감될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 '박근혜표 복지'는 예산이 필요 없는 복지가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박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의 '침묵 정치'에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중요한 이슈에 대해선 일절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유리한 얘기일 경우 고개를 쳐들고 말씀을 한다"면서 "국민의 70%와 4대 종단, 모든 학자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할 때 박 전 대표는 무슨 말씀을 하셨나"고 꼬집었다. 박 전 대표를 여당 내 야당으로 대하며 '청와대의 박근혜 사찰설'을 제기하기도 했던 그간 민주당의 행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친박근혜계는 발끈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제1야당으로서 자존심도 없나. 자기들의 정책과 방향을 알려야지 왜 박 전 대표의 입만 쳐다보나"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예산안 침묵에 대해 이 의원은 "침묵하는 것도 일종의 정치행위"라면서 "미디어 법과 세종시 법을 논의할 때 박 전 대표가 말하지 않았나"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가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를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국형 민주주의'와 한 묶음으로 엮으며 '독재자의 딸' 이미지를 상기시킨 것에 대해서도 친박계의 반박이 이어졌다. 이 의원은 "당시 한국은 배고픔에 허덕이는 한편 북한에서 간첩이 내려오는 등 안보도 불안한 상태였다"면서 "경제가 살아나고 그 힘으로 교육을 확대하면서 점차적으로 인권의식이 성장한 게 한국형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민주당이 장외 투쟁에서 호응을 얻지 못하자 박 전 대표를 자극하며 여론을 끌어들여보려는 의도"라면서 "자기 스스로 세를 만들지 못하는 '빈대 정치'"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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