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 국가들이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IMF)를 견제하기 위해 독자적인 금융지원기구인 남미은행(Banco del Sur)을 오는 11월 3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공식 출범한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에콰도르, 우루과이, 파라과이,베네수엘라 등 남미 7개국 경제ㆍ재무 각료들은 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시에서 회의를 갖고 남미은행 설립 일정에 합의했다. 남미은행에는 회의에 참가한 7개국 외에도 앞으로 칠레, 콜롬비아, 가이아나, 페루, 수리남 등이 추가로 가세해 남미 대륙 12개국이 모두 회원국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남미은행 본부는 카라카스에, 라파스(볼리비아)와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에는 지부가 설치된다. 지난 2월 이후 아르헨티나와 함께 남미은행 창설을 주도해 온 베네수엘라의 로드리고 카베사스 재무장관은 "남미은행 창설은 모든 남미인들의 자랑거리가 될 것"이라면서 남미은행 출범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날 '리우 선언'에서는 초기 자본금 규모와 회원국별 분담금 내역 등에 대해서는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와 관련,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9일부터 곧바로 이어지는 실무그룹 회의를 통해 60일 이전에 이 문제가 협의될 것"이라고 전하고, "몇 가지 핵심 사항이 남아있으나 남미국가공동체(CSN)을 구성하고 있는 12개국이 모두 참여키로 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 동안 논란이 돼 왔던 남미은행의 성격 문제는 이날 참가국들이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재정 지원을 우선키로 했다고 밝힘에 따라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남미은행 창설을 주창했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남미은행이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을 대체하는 기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브라질은 IMF 및 세계은행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역내 인프라 개발 및 경제성장 프로젝트 지원 위주로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외신들은 "남미은행의 첫 사업은 내년에 남미대륙 종단 천연가스 수송관 건설 사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남미은행 창설의 배경으로는 70년대이후 극심한 외환위기에 시달려온 남미국가들의 미국주도 세계경제체제에 대한 오랜 불신과 최근 석유와 1차산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남미 국가들의 외환보유고가 상대적으로 풍부해진 점이 꼽힌다. 중남미 국가들의 외환보유고는 2002년 1,570억달러에서 올해 3,500억달러로 급증했다. 세계 5대 산유국인 베네주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은 2006년부터 IMF 및 세계은행과 관계를 단절하고 남미 국가들의 금융위기를 막는 실질적인 금융기구로서 남미은행의 창설을 주장해 왔다. 올 초 취임한 경제학자 출신으로 각료시절 세계은행에 대한 부채상환 대신 사회복지에 투자하겠다고 했다가 해임당한 적이 있는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도 IMF와 세계은행이 독재정권을 비호하고 고의적으로 중남미 국가들의 외환위기를 부추겨 왔다고 비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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