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다 계약종료를 7개월가량 남겨두고 해고당한 이모씨의 사례도 비슷했다. 지노위·중노위를 거치며 부당해고 결정을 받았지만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가면서 해가 지나갔고 2012년 대법원은 "이미 근로계약기간이 끝났다. 못 받은 임금은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부당해고가 확실해도 계약기간 종료 등의 이유로 복직이 불가능하면 법원 판례에 따라 노동위원회의 행정절차만으로는 임금상당액을 받을 수 없어 근로자들은 힘겨운 민사소송을 벌여야 한다. 근로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노동위 명령만으로도 임금상당액을 받을 수 있도록 중노위와 정부가 올해 안에 법 개정에 나선다.
27일 중노위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23조 1항에는 근로자가 노동위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는 조건으로 해고와 휴직, 정직 등이 명시됐을 뿐 임금 미지급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이를 근거로 법원은 앞선 사례처럼 복직 여건이 갖춰져야만 노동위 구제절차가 가능하고 이에 따른 임금지급명령도 유효하다고 판결하고 있다. 노동위가 임금지급명령만 따로 못한다는 것.
이 때문에 근로 기간이 짧은 기간제근로자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간제근로자들은 부당해고를 당해 지노위에 구제 신청을 하더라도 사업주가 지노위-중노위-행정법원-고등법원-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가면 그새 최대 2년인 계약기간이 끝나버린다. 복직은 물 건너가고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민사소송까지 벌여야 임금상당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수 근로자가 포기하고 물러나고 있다. 이 점을 악용해 사업주들은 어떻게든 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가 시간을 지연시키는 상황이다.
2012년까지만 하더라도 중노위는 법원의 다른 해석을 기대하며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지만 번번이 같은 답이 돌아오자 지난해부터는 복직이 불가능한 해고 사건이 접수되면 부당해고 여부도 따지지 않고 각하(처리를 거부)하고 있다.
무료로 신속하게 근로자 구제절차를 진행하는 노동위가 눈앞의 부당해고를 보고서도 아무런 조치를 못 하는 셈이다.
이에 사회적 약자인 기간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중노위와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 개정에 나섰다. 근로 관계가 끝나도 노동위가 구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문을 새로 만들거나 노동위가 원직 복귀와 별개로 임금지급명령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방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법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법원의 기존 판례와 달라지는 만큼 법리적 검토도 필요해 시간이 다소 걸린다"고 설명했다.
박길상 중노위 위원장도 이번 법 개정의 중요성을 감안해 법안 통과를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노위 관계자는 "제도가 개선되면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들이 노동위를 통해 무료로 빠르게 구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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