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다문화가정 초ㆍ중ㆍ고교생 800명과 일반 초ㆍ중ㆍ고교생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는 이유로 놀림이나 차별을 당한 경험이 많은 학생일수록 비행을 저지를 가능성도 높게 나타났다.
전영실 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초ㆍ중ㆍ고교 시절 차별과 놀림을 많이 받은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친구 괴롭힘, 학교물건 파손, 가벼운 폭력 등 경비행을 저지르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연구원은 비행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차별 경험, 한국말 실력, 부모의 국적 등과 가해 가능성의 상관 관계를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악성 댓글이나 휴대폰 메시지를 이용한 사이버비행에도 놀림과 차별 경험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차별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이번 조사에서 밝혀졌다. 설문에 응답한 다문화가정 학생의 28%가량이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는 이유로 놀림이나 차별을 당하거나 남들의 수군거림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것이다.
특히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한국어 실력이나 외국인 부모님에 대한 생각 등에서 별 문제가 없음에도 차별을 당하는 것으로 조사돼 특별한 이유 없이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당하고 있는 셈이었다.
실제로 '리틀 싸이'로 불리는 황민우(8)군을 이러한 사례의 피해자로 볼 수 있다. 최근 인터넷사이트 '일간베스트' 회원으로 추정되는 네티즌 10여명이 지난달 23일 황군의 소속사 홈페이지에 황군과 황군의 어머니를 비하하는 게시물을 무더기로 올려 사이트를 마비시켰다. 결국 황군의 소속사는 황군에게 악성 댓글을 단 누리꾼을 처벌해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형사정책연구원은 다문화가정 학생들 대다수가 차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연구가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비행문제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책마련에 기초적인 자료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는 이유로 받는 놀림이나 차별경험은 그 자체로서 피해일 뿐만 아니라 비행 가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다문화가정 청소년 차별예방을 위한 평등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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