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곡미술관 '비비안 마이어·게리 위노그랜드'전
사회적 풍경 담은 위노그랜드… 세상을 담담히 관찰한 마이어
동시대 살았지만 시선은 달라… 작품성 기준 생각해보는 전시
| 제목 미상의 사진. ⓒVivian Maier/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ew Yo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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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비안 마이어 ''뉴욕 공립도서관, 뉴욕, c. 1952''. ⓒVivian Maier/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ew Yo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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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집 ''여성은 아름답다''에 실린 게리 위노그랜드의 흑백사진. ⓒGarry Winogra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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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집 ''여성은 아름답다''에 실린 게리 위노그랜드의 흑백사진. ⓒGarry Winogra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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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와 아마추어 사진작가의 경계, 작품성의 기준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두 작가의 전시가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1950~1970년 즈음 빠르게 성장하며 급격하게 변해가던 미국사회를 사진에 담은 '비비안 마이어, 내니의 비밀 × 게리 위노그랜드, 여성은 아름답다' 사진전이다.
이번 전시의 감상 포인트는 한 시대, 한 사회에서 예술가로서 인정받는 과정의 경계. 만약 이 둘의 사진을 마구 뒤섞어놓았을 때 어느 쪽의 작품성에 손을 들 것인가다. 평생 남의 아이를 돌보는 보모로 살며 한번도 자신을 사진가라고 생각해본 적 없던 마이어와 이미 20대에 주목받기 시작해 '사회적 풍경 사진가'로 이름을 날린 위노그랜드는 삶의 궤적 자체가 다르다. 이수균 학예연구실장은 "두 작가가 같은 시대와 사회를 조명했음에도 관심사와 시선은 전혀 다르다. 하지만 자신만의 시각과 꾸준한 실험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예술가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있는 새로운 시각에 대한 열정, 예술가로서 인정받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라고 설명했다. ,
이번에 선보이는 마이어의 사진 컬렉션은 2007년 존 말루프가 미국 시카고의 한 동네 경매장에서 우연히 사들인 사진과 필름 묶음에서 시작됐다. 미국 역사와 관련한 저술을 준비하던 말루프가 자료 사진용으로 구매했던 것으로, 이번 컬렉션에는 107점의 사진과 9개의 비디오를 추렸다. 특별히 이어지는 이야기나 주제, 현란한 촬영 기술 같은 것은 없다. 마이어는 세상을 조용히 관찰하며 피사체를 따라가 사진으로 담는다. 세계적인 사진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영화 시사회에서 배우 커크 더글라스나 오드리 햅번을 찍기도 한다. 쇼 윈도나 작은 거울 등에 비친 자화상, 즉 셀피(self-photography)도 다수 눈에 띈다.
마이어의 이야기는 말루프에 의해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라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발견된 12만 장의 사진 중 대부분은 현상조차 되지 않았지만, 전시는 네덜란드·독일·영국·이탈리아·스웨덴·미국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을 거치며 미술계의 재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위노그랜드의 작품은 이미 1981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사진부장 에드워드 스타이켄이 기획한 사진집 '여성은 아름답다'에 실린 흑백사진 85점이다. 27살이던 1955년 이미 뉴욕현대미술관 기획전에 참가했고, 30대에는 이미 명성을 얻었다. 1960년대 미국 격동기 시대상을 잡아낸 '사회적 풍경화', 오늘날 패션사진의 주류가 된 '스트리트 포토' 스타일로 주목받았다. 특히 수영장과 카페, 상류층 사교파티와 뉴욕 거리 등에서 자유분방하고 개성 넘치는 여성들의 연출되지 않은 사진으로 유명했다. 자유로운 패션·헤어스타일·제스처 등 여성의 일상적 모습에서 섹슈얼리티를 드러낸다. 전시는 9월 20일까지. (02)737-7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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