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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부동산시장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손쉽고 근본적인 해법이 있습니다. 바로 돈 있는 다주택자들이 자유롭게 주택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최근 만난 전직 국토교통부 고위관료는 침체에 빠진 부동산시장을 살릴 수 있는 해법에 대한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또 주택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근본적 해법이 있는데도 정부가 여론과 야당의 눈치를 보느라 핵심에서 벗어난 땜질식 처방만 늘어놓고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올 초 반짝 회복세를 보이던 부동산시장은 지난 2월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나온 후 온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일부 지방을 제외한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가격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주택 거래량도 석 달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치솟는 전셋값에 주택구매를 고려했던 세입자들도 주택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다시 전세로 눌러앉는 분위기다.
이처럼 부동산시장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게 흘러가자 정부는 부동산 경기 회복에 올 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후보자로 지명되자마자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금융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다.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방침대로 DTI와 LTV가 완화되면 은행 등 금융권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이 늘어나 주택구매 수요가 증가하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하지만 DTI·LTV 규제 완화는 빚을 더 내서 집을 사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분명 한계가 있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고 주택담보대출의 상당 부분이 주택구입이 아닌 생계형 대출로 사용되는 현실에서 대출규제 완화의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굳이 은행 빚에 의존하지 않고도 집을 살 수 있는 다주택 보유 자산가들이 추가로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우선 자산가들은 가계부채 문제는 물론 금융권의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게다가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구입하면 주택거래가 늘고 주택가격이 회복되면서 그동안 관망세를 보이던 주택구매 수요를 견인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다주택자들의 주택시장 진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겹겹의 장치들을 두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현재 다주택자는 종합부동산세 부과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특별공제 등에서 1주택자에 비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 받고 있으며 2주택자의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주택자는 투기세력이라는 부동산 과열기의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는 탓이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통한 내수 회복이 국정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시점에서 주택시장 회복을 견인할 수 있는 다주택자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시급해 보인다. 다주택자를 투기자가 아닌 침체된 부동산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주택 공급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부유층인 다주택자에 대한 특혜 논란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특혜 논란은 다주택자의 추가 구매 주택에 대해 5~10년의 임대를 의무화하는 등의 방안으로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직 관료의 조언처럼 핵심을 파고드는 부동산 정책이 나와 내수 회복의 불씨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재용 건설부동산부 차장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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