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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벤처사장의 창업일기] (5)스타트업, 창업의 게릴라가 되라!


모든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기업문화라 부릅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은 물론이고 작은 중소기업도 회사의 사훈(社訓)이나 창업 이념은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형식적으로만 기업문화라고 불러본들 조직원들에게 널리 공유되고 깊이 각인되지 않은 문화는 껍데기일 뿐입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초보 사장들에게 ‘벤처의 기업문화’는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릅니다. 당장 조직을 운영하고 회사를 끌고 나가는데도 벅찬 마당에 문화를 운운하기는 역부족인 까닭입니다. 그렇다고 초기 기업들이 기업문화를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업 문화는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미국의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국내 벤처기업들에게 작지만 흥미로운 통찰력을 드리겠습니다.

◇美 실리콘밸리의 다양한 기업문화들

‘해적이 되자(Let's be Pirates)!’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1982년 이 슬로건을 내걸고 매킨토시 개발팀 100여명과 함께 워크숍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는 ‘해적이 되자’고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었고, 모든 팀원도 그 티셔츠를 입게 했답니다.

워크숍이 끝난 이후, 팀원의 아이디어로 매킨토시 연구팀 건물에 해적 깃발이 휘날리게 했습니다. 매킨토시 개발을 진행 중일 때 자신은 ‘해적 왕’이라 불렀고, 팀원들에겐 ‘해적’이라는 호칭을 불렀습니다. 사실 거대기업인 IBM을 상대로 벅찬 싸움을 벌였던 애플의 구성원들은 이 기점을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자신들은 해적과 같이 자유로운 영혼과 문화로 공룡기업 IBM을 전복시키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녔습니다. 깃발이 내걸린 뒤부터 애플의 조직 문화는 더욱 생기가 넘치기 시작했고 변화의 조짐마저 보였다고 합니다.

규칙을 파괴하고 혁신과 변화를 이루겠다는 그들의 기업문화가 꽃을 피운 것입니다. 잡스는 “해군보다는 해적이 되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결과적으로 해군인 IBM을 상대로 승리를 얻을 수 있었던 셈입니다.

애플의 기업문화는 잡스의 생각대로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조직이 커지면서 관료주의에 빠질 수 있었지만 해적문화가 확산된 덕분에 수평적이고 탈권위적인 문화가 조직원들 사이에 공유될 수 있었습니다. 애플 직원들은 일 자체에서 재미를 느꼈으며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과도한 업무량을 감수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기존의 권위에 도전하는 ‘IT 해적’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잡스의 해적 문화는 자연스럽게 ‘오타쿠 문화’로 이어져 그가 이끌던 애플은 세계 1류 기업으로 도약했습니다.

구글의 기업문화도 정말 독특하고 탁월합니다. 구글이 Google이란 로고에 기념일마다 새로운 작품을 내놓는 ‘구글 두들’을 처음 시작한 계기 역시 ‘버닝맨’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1998년 버닝맨에 참가해야 했기 때문에 구글 사이트가 온라인으로 연결되지 않음을 홈페이지 방문자에게 알릴 목적으로 ‘구글 두들’이 시작된 것입니다. 한국에도 익히 알려진 ‘버닝맨’ 행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축제로 인식돼 있지만 사실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버닝맨은 매년 8월 네바다주 사막에서 펼쳐지는 카니발입니다. 네바다주 리노(Reno) 주변의 블랙락 사막에서 펼쳐지는 8일간의 행사로 집단적으로 모여 같이 상징물을 만들고 축제가 끝나면 해체해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축제이자 카니발인 것입니다. 그런 축제에 구글의 창업자 뿐 아니라 직원들이 대거 참여해 오고 있습니다.

구글의 기업문화에 ‘버닝맨’은 실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버닝맨 문화의 핵심은 창조적인 개인들이 모여서 집단적인 창작물을 만들고 그런 다음 완전히 전소(全燒)시키는 문화를 대변합니다. 전소를 시키는 이유는 완전 연소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기 위한 상징인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이용자가 함께 모여서 새로운 것들을 생산해 내는 구글의 기업 철학은 바로 이러한 ‘버닝맨의 문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구글의 사옥에 가보면 실제로 버닝맨 문화를 대변하는 많은 조각상과 그림들이 걸려 있습니다.

최근 각광 받고 있는 기업인 페이스북은 ‘해커문화’로 유명한 곳입니다. 페이스북의 창업가이자 CEO인 마크 주커버그는 자신들은 IT업계의 해커라고 공공연하게 말합니다. 그는 지난해 초 예비투자자에게 보내는 서신에 “페이스북은 해커문화”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페이스북이 주식공개상장(IPO)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며 첨부한 서신에는 “해커문화는 개방적이며 성과주의”라며 “해커들의 아이디어와 수행능력이 로비나 경영을 이긴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이렇듯 미국의 실리콘 밸리의 많은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만들어 내고 이를 직원은 물론 고객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해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의 스타트업, ‘해적 대신 게릴라가 되자!’

한국의 벤처들은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애플이나 페이스북이 했던 것처럼 ‘뭐가 되자’고 구호를 외쳐야 할 것인가요?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국내 벤처업체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기업문화에 대한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실행에 옮기는 업체는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습니다. 기업문화라는 것이 구호보다는 실천이 더 중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선배 사업가와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던 도중 기업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자연스럽게 내린 결론은 ‘초보 사장에게 기업문화는 말은 좋지만 실제로 만들어가기에 어렵다’였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조직의 역량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유인 즉, 국내 벤처기업가들은 사업을 시작하는 이유가 대부분 세상을 바꾼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웁니다. 그렇지만 정작 이야기를 나눠보면 결국 ‘돈을 많이 벌어서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는 속내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결국 기업가정신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업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업가 스스로가 자신이 왜 창업을 하고 창업을 통해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실한 기업가 정신이 부재하기 때문에 기업문화는 꿈도 꾸지 못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벤처기업계에 독특한 기업문화로 주목을 받고 있는 업체가 있어서 소개하고 싶습니다. 벤처기업인 ‘제니퍼소프트’라는 기업이 바로 화제의 주인공입니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업무 시간 중에 자리를 비우고 사옥에 있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편한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도 자유롭게 합니다. 이원영 대표는 사원들의 복지를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주변에서 지인들이 모두 말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회사를 운영하다가는 망한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놀랍게도 지난 3년 동안 두자릿수 이상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원영 대표의 철학은 간단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행복할 때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철학으로 기업을 운영해서 놀라운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초보 벤처 사장들에게 이 회사는 많은 것을 시사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상황에서도 열악한 벤처라고 기업문화와 기업철학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기업문화라는 것은 바로 창업자 본인과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제가 운영하는 인사이트 컴퍼니의 기업문화는 간단합니다. 우리 삶에서 통찰력을 주는 모든 것들을 위해 조직원과 기업의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어떤 형태로 발현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직 저희는 초보 기업인 탓입니다. 사족으로 덧붙인다면 잡스가 해적이 되자고 외쳤다면, 한국의 새내기 벤처기업들은 ‘해적 대신, 게릴라가 되자!’고 주문하고 싶습니다. 이미 잡스가 설파한 해적문화는 그들만의 고유한 코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국내 벤처기업은 게릴라처럼 활동하면 어떨까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체 게바라의 삐딱한 베레모를 눌러쓴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기득권에 도전하는 벤처, 진정한 의미의 창조경제 전도사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스타트업 모두, 파이팅하길 바랍니다.

/안길수. 벤처기업가. (주)인사이트 컴퍼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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