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이 강적 러시아를 맞아 싸우는 같은 시간, 우리 사회는 모처럼 하나가 됐다. 이른 새벽부터 서울 광화문광장 등 전국 각지에 모인 국민들은 경기 내내 기쁨과 승리의 함성, 아쉬움의 탄식을 함께했다. 출근 시간이어서 골을 넣는 순간에는 지하철이 들썩거릴 정도로 환호가 터졌다. 태극전사들의 선전이 세월호 참사 후 국민 모두가 외상후증후군을 앓는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일거에 바꿔 일체감과 행복감을 선사한 셈이다. "좋은 경기를 보여줬기에 고개 숙일 필요가 없다"는 홍 감독의 말처럼 국민들은 이날 경기를 통해 그동안 움츠린 어깨를 다시 한번 펼 수 있게 됐다.
우리 대표팀에게 아직 기회는 살아 있다. 23일 새벽 상대할 알제리는 러시아보다 약하다지만 우리보다 강한 팀이다. 벨기에전에서 보여준 수비나 공격 수준도 확실히 한 수 위다. 그러나 축구공은 둥글다. 스포츠의 결과가 항상 의외성 높은 드라마를 보여주는 이유다. 러시아전에서처럼 우리 대표팀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국민 모두에게 승리의 행복감을 선사해줄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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