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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폭발물을 해체할 수 있는 건가? "안 죽으면 됩니다" 제임스(제이미 레너)는 새로 부임한 폭발물 제거반 (EOD) 팀장이다. 폭발물을 제거할 땐 무엇도신경쓰지 않고 몰두하는 그는 얼마나 많은 폭발물을 제거했냐는 상관의 물음에 정확하게 837개라며 그 수를 말한다. 'War is a drug'(전쟁은 마약과 같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영화는 전쟁에 중독된 한 인간의모습을 보여준다. 조금만 방심해도 먼지로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상황을 제임스는 '게임'처럼 생각한다. 다른 대원과 대화해야 할 통로인 헤드셋을 빼버리고 그를 지켜줄 최소한의 방어막인 방호복까지 벗어 던질 땐 그가 목숨을 걸고 폭발물을 해체하는 영웅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게임에 중독된 중독자임이 드러난다. 영화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사실감이 넘치게 촬영됐다. 황폐한 화면이 '폭발물 제거'라는 소재를 싣고 한 순간도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2시간 10분을 이끌고 간다. 이 작품을 연출한 캐스린 비글로 감독은 이 영화로 여성 최초 아카데미 감독상을 비롯해 약 70여개의 상을 수상했다.'아카데미 수상작은 재미는 없다'는 편견과 여타 전쟁영화와 달리 화려한 장면이 없다는 소문과 다르게 영화는 시종일관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한다. 마약중독자나 술 중독자가 그렇듯, 전쟁 중독자도 그가 왜 중독됐는지 알지 못한다. "항상 결단을 잘 내리시잖아요"라는 대원의 말에 "그렇지. 그런데 나도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라고 제임스가 답하는 이유다. 이유를 모르는 중독과, 그 악순환. 영화가 경고하는 것은 이 점이다. 영화에서 트렁크에 가득 찬 폭탄을 싣고 있는 국산 차가 나온다. 한국 차가 나온다고 좋아할 게 아니다. 감독은 이 차가 어느 회사 차인지 볼 수 있을 만큼 차의 로고를 또렷이 잡는다. 이라크 파병국인 한국과 그 속에 있는 한국 차, 감독이 화면을 잡은 의도가 우연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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