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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 칼럼] 자유시장경제 구하기

선거철마다 수모 겪는 재벌<br>이번엔 경제민주화 태풍<br>M&A 등 과감히 투자하고<br>적들에게 치열하게 맞서야


대선을 앞둔 새누리당 의원들이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서둘러 발의했다.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고 선명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경쟁이라 하겠다. 실제로 민주통합당도 출자총액제 부활, 순환출자 금지, 재벌세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경제민주화 방안을 제시했다. 통합진보당은 한걸음 더 나가 재벌규제법을 제정하고 30개 대기업을 3,000개 기업으로 쪼개겠다고 공약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대기업의 탐욕과 불공정거래가 중소기업과 창업을 질식시키고 경제력 집중을 초래한다고 비난한다. 따라서 재벌만 해체하면 경제민주화가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계는 순환출자를 규제하면 투자가 위축되고 일자리 창출이 저해될 것이라고 강력 반발한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족벌경영, 탈세 상속, 기타 불법ㆍ불공정 행태로 큰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대기업 규제를 법이 없어서 못했겠는가. 문제는 정부나 정치권이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지 않고 대기업들도 이를 기피해온 때문이라고 하겠다. 대기업들은 그간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정치권과 시장의 적들에게 용기 있게 맞서기보다 뇌물을 주고 그들을 부패시키는 것만 능사로 여겨왔다. 그래서인지 언론에서는 요즘 매일 정치권의 부정ㆍ비리 뉴스가 특종을 이룬다.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 비리 때문에 여러 차례 국민 앞에 사과하는 장면은 민망할 정도다. 썩은 게 그들뿐이겠는가. 정치권의 부정부패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재벌과 정치권의 유착관계도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공세는 선거철을 맞아 정치권이 벌이는 대기업 때리기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삼성ㆍ현대 등 대기업들은 해외에서 이미 세계적으로 '존경 받는 기업'이 됐다. 현재 그들은 국내사업보다 해외사업의 비중이 훨씬 크며 외국인투자가의 지분이 국내주주보다 큰 다국적기업들이다. 이같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고 존경 받는 대기업들이 왜 국내에서는 선거 때마다 수모를 겪어야 하는가.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며 이들 글로벌 기업들에 각종 규제를 하는 것은 외국인투자를 핍박하고 내쫓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철없는 정치권은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해 우리 대기업들을 외국자본에 넘겨도 좋다는 것인가. 국민은 경제민주화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데도 말이다.

대기업들은 최근 정치권이 벌이는 재벌 때리기를 주시하면서 일단 과격한 반(反)재벌 구호에 겁먹은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러나 재벌들의 태도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감춰져 있는 듯하다. 정치권을 다루고 위기를 비켜가는 노하우를 습득하고 전수받았기 때문이다. 정권은 5년이지만 재벌들의 족벌경영은 대를 이어 영원하다. 그런 가운데 정치권과 재벌 간에는 상생관계 내지 역할분담이 자리 잡혔다. 따라서 정치권이 짐짓 경제민주화를 한답시고 새삼스럽게 재벌 때리기에 나선 것은 정권교체기를 전후해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의식에 지나지 않으며 국민을 웃기는 일이다.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 하지만 누가 누구를 때릴 수 있단 말인가.



세상의 모든 것은 썩게 마련이다. 정치권은 더욱 썩게 돼 있다. 좌파도 우파 못지않게 잘 썩는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고 있다. 이제 포퓰리즘은 세계적인 추세며 시대정신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바뀌는 세상에서 재벌과 정치권의 상생관계를 지탱해온 비법이 얼마나 더 유지될 수 있을까.

우리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경제를 일으킨 공로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재벌들도 스스로 정당하게 평가 받으려면 정치권을 부패시키기보다 자유시장경제를 굳건하게 지키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장경제를 위해 과감히 투자하고 시장과 기업의 적(敵)들에게 치열하게 맞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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