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내부 계열사를 통해 만들던 광고물량을 잇따라 외부업체에 개방하며 '일감 나눠주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광고회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오로지 능력 위주로 프로젝트를 맡기면서 중소업체와의 상생의 공간을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본지 7월17일자 2면 참조
현대차그룹은 오는 9월 말부터 방송될 예정인 그룹 이미지광고 제작을 직원 수가 10명인 소규모 광고회사 '크리에이티브에어'에 맡기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그룹 계열사인 이노션이 아닌 광고회사에 그룹 이미지광고를 맡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최근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제품 광고를 이노션이 아닌 외부의 SK플래닛에 처음으로 맡긴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룹 이미지 광고 제작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6월11일 그룹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완전공개 입찰을 실시해 모든 광고회사들에 참여 기회를 개방했다. 집행 금액이 8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였지만 회사 규모나 광고 취급액 규모 등에 있어 어떠한 입찰자격 제한도 두지 않았다.
광고 입찰에 나선 곳은 총 17개 업체로 대형 광고회사를 포함해 다수의 중소 광고회사도 참여했다. 현대차그룹은 1차 서류심사를 거쳐 2차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한 결과 창의성과 전략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크리에이티브에어를 최종 제작업체로 선정했다.
크리에이티브에어는 지난해 광고 취급액이 238억원으로 업계 순위가 40위에 불과한 소규모 광고회사다. 규모는 작지만 2009년 '한국광고대상' TV부문 금상을 수상할 정도로 창의성이 뛰어난 회사로 알려져 있다. 크리에이티브에어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 광고 취급액의 34%에 달하는 물량을 한번에 수주함과 동시에 현대차그룹 광고를 사업포트폴리오에 추가함으로써 인지도 상승은 물론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티브에어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비전을 주제로 참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의 그룹 이미지광고를 제작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4월 광고ㆍ물류 분야에서 계열사간 거래를 대폭 축소하고 외부 중소기업에 물량을 개방한다고 발표했고 광고 분야에서 올해 물량의 65%에 달하는 1,200억원을 개방하기로 했다.
주력 제품인 쏘나타 하이브리드 광고를 비롯해 쏘나타 마케팅 이벤트(6~7월)는 '무한상상'이라는 중소 광고회사에, PYL 이벤트(8~11월)는 '모츠' 와 '라니앤컴퍼니', 스포티지R TV광고(7~9월)는 '컴투게더'에 발주하는 등 다양한 중소업체에 광고 물량을 배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9월 예정인 70억원 규모의 하반기 2차 그룹 이미지광고 제작업체 선정에도 홈페이지 공고를 통한 경쟁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만 총 150억원에 이르는 그룹 이미지광고 물량을 외부 중소 광고회사에 개방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2차 그룹 이미지광고를 서민창업자에게 생계용 자동차를 지원하는 현대차그룹 대표사회공헌사업 '기프트카'를 소재로 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물량을 개방하기로 결정한 취지에 맞게 이번 그룹 이미지광고 제작업체 입찰에 어떠한 자격제한도 두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소규모 광고회사가 최종 선정됐다"며 "앞으로 공정한 경쟁환경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중소 광고회사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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