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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12월 9일] 달팽이집

최근 중국인 사이에서 초절정 인기를 누리던 드라마 '워쥐(달팽이집)'가 베이징시 당국에 의해 전격 방영금지 조치됐다. 민감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집값 폭등을 다루고 있다는 게 금지 이유다. 워쥐는 한 여자가 언니의 집 장만을 돕기 위해 부패 관리의 정부가 되는 이야기이다. 이 드라마는 갈수록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때문에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져 가는 중국 서민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올 들어 베이징ㆍ상하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상당수 중국인들은 쥐꼬리만한 달팽이집마저도 구하지 못하는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잘 나가는 국영기업의 대졸 초임이 3,000위안 정도인데 대도시의 아파트 가격은 1㎡당 1만5,000위안(250만원)을 호가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집을 사느라 은행 빚더미에 올라앉는 상황을 빗대 팡뉘(房奴ㆍ집의 노예)라는 자조적 표현이 성행했는데 이제는 집값이 더욱 폭등해 팡뉘조차도 되지 못하는 형국이다. 부동산 문제가 이처럼 심각하다 보니 원자바오 총리 등 고위당국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동산 버블을 경고하고 시장을 안정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집 장만 때문에 한숨을 쉬고 있는 중국인들은 지난 7일 끝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집값을 잡을 강력한 대책이 나오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매년 말 개최되는 이 회의는 다음 해의 경제정책 기조와 방향을 결정하는 최고위 당정회의다. 하지만 중국 서민들의 기대와 달리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획기적인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정부에 부동산 시장 안정화 조치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입을 모은다. 부동산 시장이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할뿐더러 부동산 장사가 정부 재정수입의 중요 부분이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 하락을 불러올 수 있는 부동산 가격 억제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국 당국은 말로는 부동산 버블을 경고하지만 하는 행태를 보면 투기꾼이 놀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먼저 기존 주택 매매시 사실상 세금 부과를 하지않고 있다. 지난해 초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양도세 등 제반 세금을 한시적으로 폐지했지만 계속해서 시한을 연장해가며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사회과학원은 7일 보고서에서 중국 부동산 가격 폭등의 가장 큰 이유로 정부의 부동산 경기과열 억제 의지 결여를 꼽았다. 특히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해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거래세를 부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징리엔ㆍ리양 등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부동산 버블을 방치할 경우 심각한 경제적 후유증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의 방관식 부동산 정책은 당장은 좋겠지만 결국 중국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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