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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애플·구글 꼭 사야 할 주식 아니다"

■ 서울경제신문 이학인 특파원,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 취재기<br>10년후 수익 예측 불가능해… 차라리 IBM주식이 안전<br>내년까지 대규모 M&A 시사… '버핏세' 도입 거듭 주장<br>美정치만큼 경제 엉망 아니다… 유럽경제 앞으로 침체 지속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인 애플과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인 구글에 대해 반드시 사야 할 주식이 아니며 오히려 IBM 주식이 훨씬 안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버핏 회장은 "이해하지 못하는 분야나 기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철학"이라며 "5년, 10년 후의 수익이 어떻게 될지 파악이 가능해야 투자를 하는데 이들 기업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구글과 애플의 기업 가치가 훨씬 높아질 수도 있지만 누가 잠재적인 경쟁자인지,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지에 대해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대신 IBM은 잘못될 가능성이 이들 기업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에 안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107억달러를 투자해 IBM 주식 6,400만주(5.5%)를 매입한 바 있다.

버핏은 또 페이스북을 염두에 두고 기업공개(IPO)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IPO를 앞둔 경영진은 주식을 파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주식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확률이 적다는 것이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주가가 왜 저평가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버핏은 "회사를 47년 동안 경영하면서 4~5번 굉장히 저평가된 적이 있었다"고 밝힌 후 "사람들이 바보 같은 가격에 주식을 팔 때도 있고 시장이 가끔 술 취한 정신병자처럼 행동하는데 그것이 나와 찰리 멍거(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가 부자가 된 이유"고 받아넘겼다.

지난해 '큰 코끼리를 사냥하겠다'며 대규모 인수합병(M&A) 추진 의사를 밝혔던 버핏은 이날도 "한두 달 전 220억달러 규모의 기업 인수를 검토했다"며 "올해 안에 큰 인수를 하지 못한다면 내년에는 아마 300억달러에 이르는 메가딜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떤 상황이라도 기업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버크셔의 현금 보유 규모를 200억달러 이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버핏룰'에 대해서는 연간 2억7,000만달러 이상 버는 400명의 갑부 중 131명이 15% 이하의 세금을 낸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들이 과거에 냈던 것만큼 세금을 내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20년간 세율이 지속적으로 내렸다며 미국에서 금권정치(plutocracy)의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질문을 한 주주는 84세인 자신의 아버지가 버핏의 세금에 대한 시각 때문에 주식을 보유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하자 보수 뉴스채널인 폭스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더 마음 편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제조업의 부활을 통한 일자리 창출 문제에 관련한 질문에는 버크셔해서웨이의 경우 전체 고용인원 27만명 가운데, 1만5,000명만이 미국 외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버핏은 미국 경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처럼 부유한 나라에서 매년 2.5% 성장하는 것은 꽤 좋은 편이라고 진단하면서 "정치가 엉망이지 경제는 엉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저금리 상태에서는 미 국채의 투자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단기채를 제외한 국채에 투자하는 것을 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의 채무위기에 대해서는 17개 국가가 속해 있어 정책결정이 늦고 집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말 유럽중앙은행이 1조유로를 은행권에 지원했지만 여전히 상황은 불투명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날 주총에서의 질문은 3명의 기자들과 3명의 애널리스트,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이 번갈아가며 했다. 버핏과 멍거와 함께 어떤 질문이 나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막힘 없이 대답해 중간중간 주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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